전통적 매장률, 30년 사이 80%에서 40%로 하락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 장례 관습이 바뀌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매장이 전체 임종 준비의 80%를 차지했으나 현대에 들어서 40%로 떨어졌다.

최근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화장 선택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의 경우, 작년에 사망한 사람들 중 약 34퍼센트가 화장한 반면, 플로리다의 경우 그 비율이 약 72퍼센트이다.

지난해 플로리다에서는 16만 5986명이 화장됐다. 이는 전국 주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화장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물론 화장을 선택해도 묘지에 묻힐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화장을 선택한 가구 중 약 4분의 1이 화장된 유골을 집에 보관하고 있으며, 재를 특정 지역에 뿌리거나 영구적으로 추모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화장협회의 바바라 켐미스 전무는 "사람들은 화장을 원한다고 결정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집에 유골함을 서너 개씩 간직하고 있다가 앞으로 더 쌓이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장례식장에 문의하는 이들도 있다.

켐미스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새로운 옵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비용, 인구 이동, 종교적 가치 변화가 화장 증가에 한 몫

미국에서 화장이 상당히 일반화가 되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미국 최초의 화장장은 1876년 펜실베이니아 남서부에 문을 열었고, 100여년이 지난 1970년에는 화장률이 5%였다. 하지만 1970년부터 화장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61%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화장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화장은 전통 매장에 비해 비용이 낮기 때문에 돈에 쪼들리는 가정들은 화장의 경제성에 끌리기도 한다. 전미장례감독협회 자료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매장 비용은 약 8300달러이다. 이에 비해 장례식이 없는 직접 화장은 약 1000달러가 될 수 있다.

종교적 가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으며, 성인들 중 4분의 1 이상이 무신론자이거나 불가지론자 또는 어느 쪽도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죽음을 둘러싼 종교적 전통들도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가톨릭 교회는 재를 흩뿌리지 않는 한 화장이 용인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신도들에게 화장 선택의 여지를 열어주었다.

또 오늘날 가족들의 이동은 과거보다 더 활발해졌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고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 이로 인해 마지막 안식처를 정하는 것이 어렵게 되고, 결국 화장을 선택하도록 한다.

화장은 특정 지역에 묻히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즉 타향에 사는 사람이 가족들의 묘가 있는 곳에 묻히기를 원할 경우 비싼 시신 운송비를 각오해야 하지만 화장의 경우 운송이 훨씬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토지가 제한된 도시권에서는 화장이 묘지의 운영을 연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묘지들이 화장된 유해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를 묻거나 지정된 장소에 흩뿌리는 것이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공동묘지는 2050년대 중반에 도달하면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화장된 유해에 대해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묘지 수명을 150년 연장했다.

화장 늘면서 추모 방식도 다양

한편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하면서 추모 방식에도 변화가 따르고 있다.

플로리다 장례.화장 서비스의 수석 책임자이자 30년 경력의 아린 러드는 자신이 처음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장례식은 검은색 옷에 조용하고 정중한 사람들의 애도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고인의 삶을 기념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며 몇몇 사례들을 전했다.

우선 장례식을 마치 테일게이트 파티(경기전 야외 파티)처럼 진행하는 가족이 있었다. 추모객들은 예식 전에 주차장에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승용차의 뒷문을 열어둔 채 맥주를 마시거나 샴페인을 떠뜨리는가 하면 슬라이드 쇼를 보면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넥을 건넨다.

좁은 공간을 싫어하는 열렬한 야외 활동가의 추모식은 가족의 요청에 따라 화장재를 카누에 실은 채 진행됐다. 또 다른 한 가족은 추모 기간 동안 유골을 골프 카트 좌석에 부착시켜 놓았다.

이처럼 장례의 규범이 바뀌면서 가족들의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잇다.

나무 아래에 화장재를 안치해 식물 성장을 위한 영양분의 공급원으로 삼는 녹색 매장이 있다. 화장된 유해로 추모석이나 암초를 만들기도 하는 데, 이 경우 유전자(DNA)도 보존될 수 있다. 탬파 지역의 32세 여성은 자신의 유골을 반지나 팔찌로 만들어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보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더네딘시 주민인 프레시는 자신의 재가 남편과 자신의 애완견들의 재와 함께 걸프만에 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내며 "나는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물 속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