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어제 내가 목사가 되기 전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통화를 했다. 그분은 은퇴목사시다. 몇 년만의 통화다. 얼마 전 뇌출혈과 신장주변의 대동맥에 스턴트를 재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한 달간 입원을 하셨다고 했다. 약간의 언어장애가 생기고 보행에도 지장이 있다고 했다. 서로에게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대화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화 중 내가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대로 다녔으면 지금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니까 내가 목사가 된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는 그분에게 다른 이야기를 드릴 수가 없다. 그분에게 잘 산다는 것은 신앙의 목표와도 같다. 잘 사는 것이 신앙생활을 잘 한 결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원로목사로서 담임을 하던 교회에서 월 백오십만 원을 받는다. 그것이 너무 적다는 느낌의 뉴앙스를 받았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너무 적은 아파트를 사주었고, 차는 그랜저를 한 대 사주었지만 월 백오십으로는 근근이 살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국민연금은 십구만 원을 받는데 그건 안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는 내가 가는 가난의 길을 목사인 그분에게도 설명할 수가 없다. 또 내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 역시 서로의 이해가 달라서 대화의 내용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분은 교회를 부흥시키는 것, 다시 말해 교회가 커지는 것을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목사가 되기 전까지 그 목사님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러나 정작 복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오히려 그분이 목사님이기 때문에 복음에 대해서는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성령운동 교회 예배를 여러 번 보았던 사람일지라도 여의도 순복음교회 안을 잠시 들여다보게 되면 그 순간 충격을 받을 것이다. 소위 ‘할렐루야 로빅’이라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그것은 전자 오르간, 드럼, 아코디언 등 여러 악기를 사용해 귀를 찢을 듯한 고성으로 연주하는 찬송에 맞추어 추는 일종의 춤이다. 그 춤은 교회 청년부 소속의 열광적인 댄싱 팀에 의해 인도된다. 한 곳의 연주가 끝나고 잠시 음악이 멈추면 교인들은 우리가 오하이오 주 미식축구 경기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커다란 함성을 지른다. 그들은 낼수 있는 최대한의 큰 소리로 ‘아버지 하나님”’이라 외치고는 많은 사람들이 양손을 든 채 알 수 없는 말과 소리로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대중음악 곡조로 편곡된 찬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들은 찬양을 하면서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도 하고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기도 한다. 때때로 악단은 이스라엘 곡 ‘하바 나길라(Havah Nagila)’를 부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찬양의 템포를 거듭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고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부르다 지쳐 멈춘 후 행복해 한다.

외침과 찬양이 진행되는 동안, 목사들은 교인들 사이 통로로 걸어 들어오면서 가끔씩 교인들의 머리와 등을 손으로 가볍게 친다. 그것은 내게 선불교 수도원에서 좌선중인 스님들 사이로 수도승 한 사람이 걸어다니며 졸고 있는 사람의 어깨를 대나무로 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찬양과 춤이 모두 끝나자 목사 한 사람이 강단으로 나와 기원이라기보다는 주문을 외운 것 같은 형식으로 기도를 인도한다. 그가 ‘할렐루야’나 ‘오, 주님’ 또는 ‘성령 충만’과 같은 말을 100번이 넘을 정도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외우며, 곧 이어 나머지 교인들도 따라 함께 외우기 시작한다. 이러한 주문조의 기도 도중 많은 수의 여성 교인들과 소수의 남성 교인들이 양손으로 가슴을 치며 울거나 외쳐댄다. 그런 한편 목사는 교인들에게 어떤 질병도 꼭 나을 수 있다고 거듭 확신시켜 준다.

목사가 다시 강단에서 내려올 때 교인들은 안수를 받거나 등 또는 어깨에 목사의 손이라도 닿게 하려고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다. 종종 그는 질병을 일으키는 마귀에게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오라는 단호한 명령을 말하기도 한다. 예배가 끝났을 때 자신의 병이 치유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소리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교회를 떠난다. 아직 병 고침을 받지 못하고 사모하는 마음에 깊이 젖어 있는 사람들은 교회 문이 닫히는 밤중까지 남아 몸을 흔들며 기도를 한다. 그러나 병고침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그것에 결코 실망하지 않으며 다음날 다시 교회를 찾아온다.“(315-316)

이 내용은 전 세계의 성령운동을 분석한 하비 콕스의 책 <영성ㆍ음악ㆍ여성(Fire From Heaven)>에 나오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예배를 묘사한 장면이다. 그는 여기에 ‘할렐루야 로빅’(Hallelujah-robics)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런 예배 모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조용기 목사의 사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가 좀 불안했다. 그의 사역이 정말 성령의 역사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가능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비 콕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그것이 성령사역이 아니라 무속에 오염된 그리스도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령사역보다 더 근본적으로 한국교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사고는 잘 사는 것이다. 물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축이기도 한 기복신앙은 너무도 확고하여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산상수훈의 팔복이야말로 복음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사고와는 정 반대의 내용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이 사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나는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산상수훈이야말로 복음의 핵심이며 하나님 나라의 통치강령이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이것이 나와 그 목사님의 근본적인 차이다. 나는 기껏해야 예언자의 취급을 받을 수 있을 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웃거리거나 한 동안 내가 쓰는 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반복되는 가난에 관한 강조와 돈을 미워하라는 말과 소유를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내 말에 결국엔 돌아서고 만다. 그냥 돌아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나에게 어떤 인격적인 문제나 품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돌아서는 이유를 정당화한다.(실제로 내 개인적인 인격적인 흠결은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다시 걷는 길은 여의도순복음식의 무속종교의 길과 기복신앙이라는 순진한 신앙의 초보다.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의 말대로 잘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라면 나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고, 그분의 생각대로 나는 목사가 되어 망한 사람일 뿐이다. 생각나는 성서의 구절이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 세상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이 좋은 신앙의 결과라는 한국교회의 사고는 제거해야 할 가장 뿌리 깊은 잘못된 사고다.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진짜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