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임신 6주후 낙태금지' 폐기 동조했다 하루 만에 말 바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 사안을 두고 모호한 입장을 취해 그의 지지층인 보수 공화당원들을 당혹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NBC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주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인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개헌안 4'를 지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나는 6주 이상 필요하다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 낙태 반대 진영에서 "트럼프가 플로리다의 낙태 반대자들을 정면에서 찔렀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30일 마러라고 자택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친 트럼프는 <폭스뉴스>에 나와 민주당이 “급진적”이라면서 “그런 이유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임신 9개월까지의 낙태 허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개헌안 4의 주요 골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까지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은 일반적으로 약 6개월에 해당하는 23주 또는 24주 정도로 간주된다.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선거 캠프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실제로 어떻게 투표할 지 언급한 것은 아니며 “6주는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수년 동안 낙태에 대해 여러 가지 상반된 입장을 취해왔다. 전국적으로 낙태 시술을 15주 동안 금지하는 방안을 잠시 검토한 후, 4월에는 낙태 규제를 각 주에 맡겨야 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연방 대법원이 폐기하는 데 자신의 역할을 거듭 인정하면서도 낙태 문제는 개별 주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강경 보수파인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도입한 '임신 6주 후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는 "끔찍한 실수"라고 비난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31일 보도에서 낙태와 관련한 트럼프의 입장 변천사를 소개하면서 "일부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및 중도층을 이반시킬 수 있는 낙태 반대가 대선 패배로 연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입장을 새롭게 정리하려고 시도했지만 도리어 혼선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의 수사적, 정책적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 지지기반 사이에 단단한 유대감이 있다는 것을 트럼프 자신이 굳게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지지를 접지 않고 있다"라면서 "그가 하는 말은 그저 당선을 위한 행동일 뿐이며, 당선이 된 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반낙태적인 대통령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