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서비스나 집 수리 등에는 생략 가능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팁은 미국인들의 생활속에 자리잡은 오랜 관행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팁을 후하게 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근래들어 미국에서 디지털 결제 방식에 따른 자동적인 팁 요청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팁 문화에 논쟁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디지털 기기에 자동으로 뜨는 팁 요청으로 인해 이전에는 팁을 주지 않던 곳에서조차 구매액의 최대 30%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팁을 성가시고 혼란스러운 관행으로 여긴다. 가장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중 14%는 팁을 없애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팁에 대한 논란이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팁 크립(Tip Creep)'이라는 오명까지 등장했다.

팁 크립이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널리 퍼진 사례는 커피숍이지만 셀프 계산대나 딸기 따기 체험 농장에서도 팁 요구가 태반이다.

최근 뱅크레이트에는 팁 크립 경험담이 올랐다. 한 경험자는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푸드 코트 냉장고에서 미리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골라 셀프 서비스 키오스크에 스캔했다. 화면에 팁을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 경험자는 "로봇에게도 팁을 줘야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노 팁' 버튼을 눌렀다고 전했다.

소셜 뉴스 집계 사이트인 레딧(Reddit)에는 “팁을 달라는 메시지를 받은 가장 이상한 장소는 어디인가요?”라는 재미있는 토론 사이트까지 떴다. 이곳에는 자동차 정비소, 영화관 매표소 그리고 심지어 피부과까지 올랐다.

근래들어 미국 사업체들이 규모에 관계없이 디지털 결제 방식을 널리 사용함으로써 팁 프롬프트의 확산은 오히려 카운터 서비스 거래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이전에는 고객들이 카운터 팁 통에 지폐나 동전을 넣었지만, 이제 커피숍과 기타 사업체에서 15, 20, 25%의 팁 금액을 제시하는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버튼 하나로 팁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러한 설정에서 팁을 주지 않는 것이 어색할 때가 생긴다. 이는 '죄책감 팁'으로 이어져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팁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풀 서비스 식당, 배달이나 차량공유 서비스에는 팁 챙겨줘야

그러나 고객이 항상 팁을 주어야 하는 대상은 여전히 있다.

음식을 빠르게 픽업하는 장소와는 달리 팁이 직원 임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풀서비스 레스토랑에서는 서비스를 위해 팁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당 이용객의 33%가 적어도 한 번은 팁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Z세대(18~27세)의 65%와 밀레니얼 세대(28~43세)의 44%는 팁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버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는 식당, 미용실, 그리고 음식 배달이나 차량 공유와 같은 긱(Gig) 이코노미(독립 혹은 임시 계약) 서비스를 이용할 때 팁을 주는 행위는 사회 계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연방 팁 최저임금은 시간당 2.13달러에 불과하다. 1991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는 팁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팁 행위는 꾸준히 하락했다.

뱅크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 중 77%가 항상 웨이터에게 팁을 주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75%, 2022년에는 73%로 낮아졌다. 작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65%만이 항상 팁을 준다고 답했으나, 올해는 그나마 67%로 소폭 증가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발사, 음식 배달원, 택시/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인 중 55%만이 헤어 스타일리스트나 이발사에게 항상 팁을 주는데, 이는 2019년의 63%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음식 배달원에게 항상 팁을 주는 사람은 51%에 불과했으며(2019년 63%), 택시나 차량 공유 기사에게 항상 팁을 주는 사람은 41%로 2019년의 49%보다 8% 포인트 낮아졌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팁은 계산서의 20%를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음식 배달이나 차량 서비스의 경우 조금 더 적을 수도 있지만 최소 10~15%를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운전자는 일반적으로 주유비와 자동차 보험료를 직접 지불하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팁에 의존한다.

반면 팁을 생략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다.

'미스터 매너'라는 별명을 가진 에티켓 전문가 토마스 팔리는 <인사이드에디션>과의 인터뷰에서 커피숍의 바리스타가 정도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간단한 카운터 서비스 주문은 일반적으로 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골 커피숍에 갔는데 바리스타가 15분 동안 정확하게 주문을 처리하고, 고객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그 직원은 당연히 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팔리는 또한 대부분의 집 수리에는 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배관공과 같은 서비스 전문가의 경우 새벽에 불려 나오는 등 별난 경우가 아니라면 팁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당 높은 가격을 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