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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EST) 2024년 10월 09일, 수 6:5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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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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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파리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에 그렇게 관심이 있던 사람들도 패럴림픽은 관심이 없다. 사실 패럴림픽을 보면 감동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우에도 저절로 존경심이 일어나고 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패럴림픽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몇 위를 하건 사람들의 관심 밖 이야기일 뿐이다. 새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람들은 패럴림픽을 자세히 보지 못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수억 원의 돈을 받고 그것을 기부하는 이야기들은 세간에 널리 회자되지만 패럴림픽의 감동은 여간해서는 알려지지 않는다.
김황태님과 김진희님이 있다. 김황태님은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었다. 양가 상견례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7년째 교제하고 있던 김진희님은 김황태님의 곁을 지켰고, 현재도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듣고 지나갈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두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라. 그런 후에 양가 부모님의 입장도 생각해보라.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아내 김진희님의 사랑에 갈채를 보낸다.
고난이었다. 그것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난이었다. 그러나 고난 가운데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지켰다. 이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양팔이 없는 남편과 함께 살겠다는 각오를 한 김진희님은 물론 그런 상황을 바라보아야 하고 지켜주려고 한 부모님들 역시 존경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황태님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며 아내를 향해 “김진희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진희씨도 “완주해줘서 고맙다”며 울먹였다.
김황태님과 아내 김진희님은 김황태님의 핸들러(경기 보조인)로 이번 대회 철인 3종경기에 출전했다. 핸들러는 종목과 종목 사이에서 준비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주로 선수의 경기복 환복과 장비 착용을 돕는다. 두 팔이 없는 김황태님은 수영종목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 당일 센강의 물살이 강해서 애를 먹었지만 그는 아내와 함께 완주했고, 전체 참가 선수 11명 중 10위를 차지했다.
대단치 않은 결과다. 하지만 이 부부가 이뤄낸 일은 그야말로 인간승리다. 그것은 정상인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합친 것보다 위대한 승리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 부부 이야기에 담긴 값진 교훈들을 보지 못한 채 남들과의 경쟁 속으로 들어가 다른 이들을 이기는 일에 전념한다.
특히 이 경기 종콕에서 핸들러의 역할은 중요하다. 트랜지션(환복을 포함한 다음 종목 준비 과정) 시간이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경기 당시 김황태님과 김진희님의 트랜지션 소요 시간은 1분 6초로 11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짧았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그런 게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은 세상의 질문이다. 세상은 오직 한 사람의 승자만 있고, 그 승자 역시 다음 경기가 열리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끝없는 경쟁이 이어지고 수많은 금메달리스트들이 나오지만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고, 한 때의 승자들은 간혹 세간에 회자되기는 하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방식이다.
11명 가운데 10위를 했지만 김황태님은 감격했고, 부부는 인생 절정의 환희를 맛보았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환희에 찬 인생을 살 수 있음을 모두에게 보여주지만 정작 누구도 그들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없다.
이들 부부만이 아니라 양궁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선수 역시 감동의 인간 승리 이야기였다. 그도 양 팔이 없다. 그는 활과 턱으로 화살을 쏜다. 발로 활을 쏘는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그것만으로도 인간 승리다. 그러나 나는 금메달을 딴 후의 그의 인터뷰를 보고 더 감동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직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더 이상 활을 쏘기 싫어서가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은퇴를 한다고 했다. 눈물이 절로 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사실이야말로 인생의 완성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일이 패럴림픽에서만 일어나는 것인가. 그것은 인생의 고난과 관계가 있다.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장애는 결정적인 핸디캡이다. 그들은 정상인의 시선으로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그들에게 정상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행복이 주어진다. 새삼 환난을 자랑하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가장 거북해하는 말은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다른 사람들의 축복이다. 그러나 어떻게 인생에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는가. 또 좋은 일에만 감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리스도인들도 예외 없이 이런 축복을 주고받는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우리 집에 공사가 있었다. 얼마 전부터 천장에서 물이 샜고, 그 사실을 주인에게 알렸는데 어제 그 공사가 진행되었다. 우리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딸의 집으로 피신을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렸을 적 이야기를 했다. 명절에 받는 빔이 얼마나 기뻤는지, 소풍을 가지 전날 얼마나 설렜는지, 또 소풍에 가져가는 삶은 달걀 몇 개, 사이다 한 병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 아이들은 물론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누리기 위해 돈만을 바라보는 세상이 되었다. 기쁨과 행복이 풍요와 더불어 사라진 것이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속해서 가난을 예찬하고, 가난의 필요성과 가난이 가져올 수 있는 풍요와 기적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 내용이 어떤 미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김황태 김진희 부부의 이야기가 사실은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이 흔들 수 없는 평안에 관한 이야기다. 경쟁이 없는 나라의 이야기이며 모두가 소중해지는 나라의 이야기이며 모두가 기쁨에 넘치는 행복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 부부의 신앙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부부가 보여준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다.
장애는 결핍이며 가난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핍과 가난이 어떻게 사랑에 의해 극복되는지를 부부는 보여주었다. 걱정하며 바라보는 그 부부의 부모님들 역시 더 이상 그들 부부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 부부 때문에 그 부모님들 역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특히 김진희님의 삶은 우리에게 내가 그동안 늘 이야기해왔던 비능력의 삶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세상이 흔들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 그들은 정상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들 부부가 오늘 나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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