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중들은 모두 섬에 가두어놓고 컵라면만을 주어야 한다.”

만담꾼 뺨치는 어느 목사가 설교 중에 한 말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아멘을 외쳐댔다.

내가 그리스도교를 희화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듣고 본 실재다. 이런 말은 만담꾼 목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는 법정스님에 대해 말하면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비몽사몽간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한 말이라고 했다. 물론 그때도 그 말을 듣던 교인들은 아멘을 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이렇게 변했을까.

예수를 믿지 않는 집의 딸이 그리스도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장모는 사위될 사람에게 하나님이 가장 힘이 센 신이니 결혼을 허락한다고 했다. 무엇이 그분의 사고를 바꾸었는지 모르지만 부처님보다 하나님이 더 힘이 세다는 생각이 결혼을 허락한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사고가 딸의 결혼을 허락한 장모님의 사고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가장 힘 센 신이라는 사고를 지니고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혐오하고 배제한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을 힘센 신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 이것을 힘에 세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다. 오래 참고 친절하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폭력이 없는 평화의 나라가 된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스도교 자체가 조직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은 힘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폭력이 없는 평화보다 폭력으로 이루는 평화를 믿는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샬롬의 의미를 모른다. 그들이 이해하는 평화는 팍스 로마나일뿐 샬롬은 평화가 아니다.

그래서 근본주의 종교가 되어 이웃 종교들과 전쟁을 하는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로마 통치하의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로마는 온 세상의 종교를 총 망라한 종교시장이었다.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이유는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이 오직 유일한 하나님이시라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모든 신들을 부정하는 처사였다. 그리스도교 박해는 그래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는 소멸하지 않고 오히려 부흥하고 성장했다. 로마에게는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었다. 10회에 걸친 어마어마한 박해가 이루어졌지만 그리스도교는 소멸하지 않았다. 콘스탄티누스는 그렇게 소멸하지 않는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종교가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는 313년에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고 그리스도교에게도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이 칙령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밀라노 칙령을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선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선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신앙의 자유를 선포한 것이다.

로마에는 판테온(Pantheon)이란 곳이 있다. 만신전이다. 이곳에는 그리스도교 신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신들이 있다. 밀라노 칙령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만신전에 가져다 놓은 것뿐이다.

콘스탄티누스는 모든 종교의 최고 사제로서 그리스도교의 최고 사제가 되었다. 그런 그가 그리스도교를 로마를 위한 그리스도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스도교는 만신전에 들어갔고, 하나님은 그 만신전에서 가장 힘이 센 신으로 인정을 받아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국교가 되었다.

결국 로마를 위한 그리스도교는 가장 폭력적인 종교가 되었다!!!

폭력적인 그리스도교가 된 그리스도교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깨닫고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폭력적인 그리스도교는 없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그리스도교라는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다른 종교를 대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을 보여주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아 그들에게 임한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다른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버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다가와 자신들도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먼저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사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 됨을 물론 그 삶의 방식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리스도와 복음을 가르치고 세례를 주어 그들을 자매와 형제로 맞아들였다. 이것이 로마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던 그리스도교의 성장과 부흥이었다.

가장 힘센 하나님을 믿는 폭력적인 그리스도교는 다른 모든 종교들을 뒤로 하고 마침내 로마의 국교가 되었다.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로마의 국교가 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교가 마침내 로마에 속했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것을 “그리스도교와 국가의 혼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세상의 하부구조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떻게 이야기하던 그리스도교가 더 이상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완전히 다른 종교가 된 그리스도교는 다른 모든 종교들을 쳐 부셔야 속이 시원한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무식한 목사들이 불교나 스님들을 적대시하고 폄훼하는 것은 그리스도교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폭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 불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법구경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낯짝이 두꺼워 수치를 모르고
뻔뻔스럽고 어리석고 무모하고
마음이 때묻은 사람에게
인생은 살아가기가 쉽다.

수치를 알고 항상 깨끗함을 생각하고
집착을 떠나 조심성이 많고
진리를 보고 조촐히 지내는 사람에게
인생은 살아가기가 힘들다. (법구경 244-245)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이 때묻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고 진리를 보고 조촐히 지내는 사람을 박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다시 평화의 복음을 아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다른 종교인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자매와 형제들이 된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모든 사람들과 평화를 도모하는 그리스도인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