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 등 여러 국가서 진상규명 및 책임 소재 파악 진행 중

(서울=동포저널) 세한협 공동취재단 = 한국에서 해외입양과 관련된 첫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유괴된 딸이 미국으로 입양된 사건과 관련해 70대 어머니가 정부와 입양기관, 보육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한국의 해외입양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한태순(70) 씨는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 제천보육원을 상대로 약 6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 씨의 딸 로리 벤더(Laurie Bender) 씨는 1976년 4살 때 유괴된 후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 씨는 44년간 딸을 찾아 헤맸고, 2019년 DNA 검사를 통해 극적으로 상봉했다. 그러나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가슴 아파하고 있다. 한 씨는 "44년 동안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만난 기쁨은 순간뿐이었다"며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정부와 입양기관이 아동 유괴와 입양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씨 측 변호인은 "경찰서 간 실종 아동 정보 공유나 보육원 수색만 제대로 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올해 2월,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1970년대부터 한국 입양 과정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BC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한국 입양 서류의 모순점과 여러 위험 신호(red flags)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해왔다. 특히 약 3,000명의 한국 '고아'들이 이러한 의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캐나다로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1970~80년대 한국의 해외입양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당시 매년 수천 명의 한국 아동들이 서구 국가로 입양됐는데, 아동 수집 과정과 서류 위조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관련국들의 진상규명 노력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