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오래 전 일이다. 아내가 어지럼증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너무 어지러워 구급대원이 가져온 구급대에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응급실을 향했다. 구급대원이 갈 수 있는 응급실을 확인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재생병원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재생병원 응급실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재생병원은 대순진리회라는 이단이 모체다. 그래서 더 먼 곳에 있는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아내는 그렇게 어지러운 중에도 이단에는 가지 않겠다는 결기가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집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큰아이가 예고를 진학하길 원했다.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했다. 그런데 내가 신학교를 가면서 음악을 포기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큰애는 자기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못하면 피아노라도 해야 한다고 해서 피아노로 예고를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늦게 피아노를 전공으로 정하는 바람에 서울예고를 가기에는 실력이 모자랐다. 서울예고 다음은 선화예고다. 그러나 나는 선화예고 진학을 반대했다. 그 재단이 통일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계원예고를 진학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그러한 일들을 잘 분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런 사실을 무시한다. 그리고 더 좋은 곳, 더 이익이 되는 곳을 선택한다. 그런 정도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 바로 그 마음이 이스라엘이 '산당'을 제거하지 못한 이유다.

사실 이단들은 가능한 몸집을 불리는 일에 집중한다.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커지면 이단이라는 딱지를 떼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용기목사의 순복음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순복음교회는 이단시비에 말렸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교회가 되면서 순복음교회는 이단의 딱지를 떼어버릴 수 있었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 개신교 교단이 된 신천지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여기서 커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교회가 커지는 것을 부흥으로 여기며, 그것을 성령의 역사라고 말한다. 어림없는 일이다. 며칠 전 글에도 썼지만 커지는 것은 성령의 역사가 아니라 맘몬의 역사다. 그러나 세상은 큰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LA 게티센터와 게티빌리지의 설립자인 폴 게티는 부도덕한 사업가로 다른 나라의 많은 유물들을 훔치거나 헐값에 가져와 전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긴다. 프랑스의 루브르도 영국의 브리티쉬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사실 큰 곳은 안 그런 곳이 없다.

거대한 만리장성도, 자금성도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인류의 상처다. 피라미드는 물론 인류 대부분의 유산들을 모두가 똑같다. 그러나 그것이 크기 때문에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어 불의의 옷을 벗는다. 무슨 수를 쓰든 커지면 사람들이 와서 그것을 즐기고, 그곳에 감추어진 불의는 잊힌다.

무슨 수를 쓰든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누리고, 그들의 부정의는 묻히거나 정당화된다. 그렇게 우리는 부당하게 건설된 구조 안에서 그 혜택을 누리고 살면서도 정의를 부르짖는다.

그 대표적인 예 가운데 가장 우려할 것은 대형교회다. 대형교회는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외시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가난한 사람을 도외시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것까지 쥐어짜낸 결과물이다. 그것을 신앙으로 포장하지만 그들이 약속한 대로 그들이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커진 교회에서 마침내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 실제 벌어진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옥한흠 목사는 좋은 반면교사다. 사랑의교회를 다니지 않던 나까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옥한흠 목사님이 강단에서 눈물을 흘린 사건 때문이다. 교회가 커지자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옥한흠 목사님은 강단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떠나는 그들이 불쌍해서 눈물까지 흘린 귀한 목사님이라는 명분으로 이 이야기가 회자되었기에 그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나도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옥한흠 목사님이 훌륭한 목사님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는가. 어림없는 일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왜 옥한흠 목사님은 교회를 떠나는 가난한 분들과 함께 교회를 떠나지 못했는가를 묻는다.

그것은 그분이 큰 것을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분이 훌륭한 목사님이시라는 증거가 아니라 불의한 목사라는 증거다. 그리고 그렇게 커지는 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성령의 역사로 커질 수 없는 교회가 바른 교회라는 글을 썼다.

모든 그리스도교 운동은 변방에서 지극히 작은 자들에 의해 시작된다. 그리고 중심을 향해 돌진하여 중심에 있는 돈과 권력을 가진 제도에 도전한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린 제도권 교회는 그런 별 볼일 없는 운동에 의해 무너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리스도교 운동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중심으로 들어간 새로운 운동은 다시 권력과 돈의 시험을 받아 이전 제도권 교회와 마찬가지가 되어 또 다시 새로운 그리스도교 운동에 의해 사라지거나 끊임없는 새로운 쇄신으로 작은 자들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남은 자들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예수 운동,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그렇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 좁은 길을 가는 것이다. 넓은 문, 넓은 길은 부흥의 길이 아니라 변방에서 일어나는 작은 예수운동에 의해 무너지게 될 운명을 지닌 헤롯의 누룩이다.

내가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그가 한 모든 일은 작은 시골교회에서 종을 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그리스도인의 귀감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여전히 교회가 커지는 것을 성령의 역사라고 말하는 이들은 흔쾌히 이 사실을 받아드리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 권정생은 어리석거나 미친 사람일 뿐이다.

나도 처음에는 프란치스코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의 모든 삶에 담긴 예수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은 내 삶의 지침이 되었고, 나는 그와의 동질성을 느낄 때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서 내 글은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쓰는 글이 여러 그리스도교 매체에 실림으로써 나는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것을 버린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 쓰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도 아니다. 이젠 그 기대도 버렸다. 다만 프란치스코처럼, 권정생 선생처럼 더 작아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