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2시 7분 계엄군 국회 경내 진입... 늦은 밤에 수천 명 넘는 시민 국회 앞에 모여

(서울=오마이뉴스) 임병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해제될 때까지 급박하고 아찔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포고문입니다. 계엄사령부는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12월 3일 11시에 포고문 1호를 발표합니다.

포고문 1항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151명 이상 의원들이 국회에 모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3일 밤 11시 4분 국회 출입문이 폐쇄되기 시작했고 4일 오전 12시 7분에 계엄군들이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을 국회로 긴급 소집했지만 미처 입장하지 못 한 의원들이 있어 계엄해제에 필요한 과반 의원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계엄군이 본회의장을 점거했다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전 12시경 군이 국회에 난입했을 때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대가 대표실에 난입해 이 대표를 체포·구금하려 했던 시도가 폐쇄회로 티브이(CCTV)로 확인됐다"며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는 체포대가 만들어져서 각기 움직였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4일 오전 12시 22분에 계엄군이 국회 본청 출입문을 폐쇄하고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습니다. 당시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의자와 책상 등으로 문을 막고 소화기를 뿌리며 저항하지 않았다면 계엄군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을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포고문 1항에 국회와 정당 활동 금지 조항을 명시한 뒤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계엄 해제 요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민주당 등 야당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어 야당 단독으로도 계엄 해제가 가능합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9월 4일 사설에서 "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왜 선포하겠나"라며 당시 민주당이 제기했던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괴담으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강행했고, <조선일보>는 12월 4일 사설에선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선포한 것"이라며 "어이없는 사태"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국회 본회의장에 국회의원 190명이 들어왔고, 4일 새벽 1시께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윤 대통령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새벽 2시에 우원식 의장이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를 보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의 반응은 전혀 없었습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도 대통령이 하지 않으면 해제 효력이 없다"면서 1955년 대법원 판시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헌법 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혹시나 윤 대통령이 거부할까 국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지켜 봐야 했습니다.

결국 오전 4시 27분이 되어서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습니다. 전날 10시 23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이었습니다.

국회 앞에 시민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일각에선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수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것이 비상계엄 해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봅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모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방 등에선 "지금 국회로 간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고, 수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이유는 광화문 광장에 수백 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계속 해제하지 않았다면 그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반대로 국민들이 모이지 않았거나 그 숫자가 미비했다면 비상계엄 해제가 이토록 빠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조국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범죄 외에 수사를 받지 않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는 군사 반란에 해당하므로 즉각 수사해야 한다"면서 "계엄은 해제됐지만, 이 사태가 진정된 즉시 (윤 대통령)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당장 오늘 저녁부터 전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국민들의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습니다. 1979년 계엄선포 이후 45년 만에 가장 길고 긴 밤이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