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최근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매스컴들은 그것을 크게 보도한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여론보다 더 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학교수들의 현실 인식이 보통 사람들의 현실 인식보다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일반적인 우리 사회의 이해다.

그러면 대학교수들이 정말 보통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고 그들의 현실 인식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은 유치원 때 다 배웠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힘이다.

우리 사회는 물론 모든 사회는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작동된다. 최근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큰 힘을 가진 한 사람에 의해 우리 사회가 쇄락하거나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목격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찌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알고 있지만 거기서 말하는 국민은 거의 대부분 허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론보다 지식을 가진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좋은 세상이란 국민이 존중을 받는 세상이고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거나 힘없는 민초들로 구성된 국민들이 지식인을 포함하여 가진 자들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깊이 생각해보면 좋은 사회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다.

그러나 사람들은 평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건 자신이 특별하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행복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을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한 도토리 키 재기에서 벗어나기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것이고 경쟁하는 세상에서 그것은 오히려 질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불평등이 일상이 된 곳이라는 깨달음이 그래서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사회를 좋은 사회로 생각하는지를 한 번 깊이 생각해보라. 역사 속의 어떤 나라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보라.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강한 나라를 좋은 나라로 생각하고 자신의 나라가 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것의 실체는 강력한 힘이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소유하게 된 나라를 제국이라고 부른다. 역사 속에는 이런 제국들이 존재한다. 강대국을 넘어 다른 나라들을 지배하는 나라들이다. 오늘날 제국은 미국이고 중국은 거기에 도전하고 있다. 핵을 보유한 나라들이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정의를 왜곡하는 것도 핵이 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능력주의다. 힘을 가진 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능력이다. 그러나 능력으로 경쟁하는 자들은 결코 평등을 덕목으로 생각할 수 없고, 평등을 구현하지도 못한다. 작금의 미국이 바로 그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트럼프에 의해 선택을 받은 이들은 거의 대부분 그렇게 능력을 숭상하는 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꼬리처럼 달려 있는 것은 성범죄다. 그들의 능력이 다른 사람을 희생자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가끔씩 평범한 이웃이 국회의원인 유럽의 나라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자기 일을 하다가 정치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나는 그런 나라들이 평등에 진일보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힘을 추구하는 한 그런 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경쟁심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그것을 대변한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여 얻은 성공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조장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쟁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가 먼저 그런 일을 선뜻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연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큰 위안을 느낀다. 그래서 티브이를 틀면 어느 방송에선가 반드시 그 프로가 방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인을 다룬 그 프로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볼거리들이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중국인들을 싫어한다. 그들이 더럽고 시끄럽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우리 아이들이 만난 중국인들이 안하무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그러면 왜 그들이 더럽고 시끄러운가. 그것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오랜 중화사상으로부터 비롯된 국민성이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사고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힘이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서 가장 교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미국인들과 백인들이다. 그들의 태도에서는 우월감이 흘러나온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지닌 힘을 드러낸다.

그러나 성서는 힘을 가진 자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러나 제 힘이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이 죄인들도 마침내 바람처럼 사라져서 없어질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래서 힘의 추구를 포기하고 무력해져야 한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있는 한 그것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힘을 가진 자들에게 하나님은 하나님이 되실 수 없다.

성서에서 ‘약함의 신학’이 울려 퍼지고 있는 이유다. 그리스도인들은 약할 때 강하다. 이유는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포기할 때 그들의 하나님이 비로소 그들의 하나님이 되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그런 사람들의 나라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다. 그리스도인들은 힘이 있어도 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섬김이고,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반드시 비능력자들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비능력이란 어떠한 능력도 자신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을 삶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위대하시고 전능하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힘의 추구를 포기하고 비능력을 행하며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가 말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성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눕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