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각한 의혹들, 대통령이 정치 쟁점화"… 선관위는 모두 반박

(서울=오마이뉴스) 김성욱 기자

"지금 부정선거 어쩌고 얘기랑 유튜브 본 얘기를 친가 친척 둘러앉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하시는데… 제발…" (X 이용자)
"친척들 만나서 부정선거 이야기꽃…" (X 이용자)
"친척 중에 부정선거 믿는 분이 계신데... 말씀 드려도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으시겠지만, 구정 기간 동안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습니다…" (X 이용자)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직접 재생산하고 나서면서, 일부 극우 세력의 망상으로 치부돼 온 부정선거 주장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NS에서는 설 명절 밥상에 모인 친척들이 부정선거 얘기를 해 괴롭다는 한탄과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X(옛 트위터)에는 설 연휴 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친척들에게 대응하는 방법이라며 '제발 부정선거 좀 그만 믿으세요'라는 제목의 A4 용지 6쪽 분량의 글이 수만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한국사 '일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쳐온 전한길씨는 유튜브와 <조선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에 가담하면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세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4명이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43%에 달한 것이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4%였다(전국 유권자 1005명 전화면접,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37%에 이른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53%였다(전국 유권자 1003명 전화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10명 중 4명이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 지지 정당 따라 극단으로 갈려

여론조사 결과를 더 뜯어보면, 지지 정당에 따라 부정선거에 동의하는 정도의 차이가 극심한 것을 알 수 있다. YTN 여론조사(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한다 37% - 동의하지 않는다 53%)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자 중 무려 72%가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한다고 답했다(동의하지 않는다 18%).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87%가 '동의하지 않는다'(동의한다 5%)고 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념 성향별로 봐도, 보수성향 응답자 중 65%가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한다'고 한 반면(동의하지 않는다 24%), 진보성향은 84%가 '동의하지 않는다'(동의한다 10%)고 했다. 중도층은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63%, '동의한다'가 27%였다.

나이와 연령대를 함께 고려하면, ▲20대 남성(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한다' 46% - '동의하지 않는다' 34%)과 ▲60대 여성(동의한다 50% - 동의하지 않는다 43%) ▲70대 이상 남성(동의한다 47% - 동의하지 않는다 40%) 등 총 3개의 집단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고령층이 아닌 20대 남성이 눈에 띈다. 30대 남성(동의한다 42% - 동의하지 않는다 45%) 역시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쪽이 더 많긴 했지만, '동의한다'는 비율이 전체 평균(37%)을 상회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일어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에도 법원에 난입한 이들의 주축이 2030대 남성이었던 바 있다.

"오로지 정치적 이익만 보겠다는 대통령 때문에…"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이같은 부정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 공식기관인 대통령까지 나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붙들면서 이미 법원 등에 의해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부정선거 주장들이 마치 정치 쟁점인 것처럼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20년부터 본격 등장한 부정선거 주장은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계열 내에서도 소수의 극우 세력에서나 통용돼 온 음모론"이라면서 "현직 대통령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스스로 '부정선거' 스피커가 되면서 정치 이슈가 되어가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정선거 주장은 "구석에 몰린 윤 대통령이 극우 지지층이라도 붙잡기 위해 뒤늦게 생각해 낸 궁여지책"이라고도 분석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에 대한 불만만 강조했을 뿐, 정작 부정선거를 언급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가결 전인 지난해 12월 12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야 처음으로 부정선거 주장을 거론한 바 있다.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는 부정선거를 비상계엄 선포의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는데,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3일)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에서는 왜 그 얘기가 한 마디도 없었나"라고 우회적으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여론전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했던 23일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총선 재검표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투표용지가 무수히 발견됐다"는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선관위는 이에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고 "21대 총선 후 총 126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거나 각하했다"면서 "대법원은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사항에 대하여 재검표 및 감정 의뢰를 하는 등 철저한 증거조사 후 선거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선관위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대부분 앞서 선관위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던 내용들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주장을 계속하자 선관위도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음은 선관위가 낸 설명자료 전문이다.

[전문] 선관위의 팩트체크… "근거 없다" 윤 대통령 측 부정선거 주장, 조목조목 반박

▲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 : 제21대 총선에서 선거부정과 관련하여 120여 건의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되었고, 그 재검표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투표지가 무수히 발견됨. 그런데도 대법원은 선거부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고,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선거부정을 조사하지 못하게 함.

→ 선관위 반박 : 제21대 총선 후 총 126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되었고,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거나 각하하였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사항에 대하여 재검표 및 감정 의뢰를 하는 등 철저한 증거조사 후 선거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선거부정을 조사하지 못하게 한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선관위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응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 : 국정원이 선거관리시스템의 5%만 점검하였는데 그 보안성이 지극히 취약하여 아무나 해킹해서 선거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고 보고함.

→ 선관위 반박 : 위원회는 보유하고 있는 서버 중 미사용 장비를 제외한 전체 서버와 업무용 PC에 대해서 접근권한을 부여하였으며, 보안컨설팅 점검 대상으로 요청한 서버 및 업무용 PC를 전량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보안컨설팅 당시 위원회는 국정원이 요청한 시스템 구성도, 정보자산 현황, 시스템 접속 관리자, 테스트 계정을 사전에 제공하였으며, 침입탐지·차단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모의해킹은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되었으며,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해킹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보고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 : 선관위가 2013년 10월 설립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는 키르기스스탄, 콩고, 볼리비아, 남아공 등 여러 나라에 한국의 전자개표기를 보급하였는데, 해당 국가들에서 선거부정 의혹과 폭동이 발생하고 재선거로 결과가 뒤집히는 사태가 일어남. 해당 국가들은 대부분 중국의 일대일로 주변 국가들이며, 중국이 국익을 위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들임.

→ 선관위 반박 : 중앙선관위는 외교부의 「무상원조 시행계획」에 따라 전환기 민주국가를 대상으로 선거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시행한 '투·개표 정보통신기술 지원사업*'을 지원하였으나, 2020년부터 중단하였습니다(사업대상국 : 키르기즈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피지, 우즈베키스탄, DR콩고, 사모아, 파푸아뉴기니 등 8개국(2015년 ~ 2020년)).

투개표 등 선거장비 수출은 민간기업과 해당국 간 직접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중앙선관위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선거제도에 도입된 선거장비(사전투표 명부단말기, 투표지분류기 등)는 외국에 지원되거나 수출된 사실이 없으며, 상기 지원사업 대상 장비와 무관합니다. 아울러 해당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가 판단할 사항이 아닙니다.

▲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중국인의 선거관리 참여

→ 선관위 반박 : 공직선거법 제146조의2 제2항은 투표관리관 및 사전투표관리관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무원 또는 각급학교의 교직원 중에서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을 (사전)투표관리관으로 위촉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으며, 투표관리관 위촉 관련 규정은 2005. 8. 4. 법 개정 시, 사전투표관리관 위촉 관련 규정은 2014. 1. 17. 법 개정 시 도입되었습니다.

다만 (사전)투표사무원 및 개표사무원의 경우 법상 국적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자 2023. 11.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을 개정하여 대한민국 국민에 한해서만 위촉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투·개표사무원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를 위촉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규정은 전국적으로 1만 8천여 개소 이상 설치되는 (사전)투·개표소에 투·개표사무원으로 대규모 인력(선거별 평균 30~40만 정도)이 필요함에도 공무원, 공공기관·단체 및 은행 직원만으로 투·개표사무원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2004. 3. 12. 법 개정 시 도입되었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외국인 관련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은평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사무원의 국적을 확인한 결과, 은평구선관위에서는 총 542명의 개표사무원 중 62명을 의용소방대원으로 위촉하였고, 중국인으로 의심받은 6명은 모두 의용소방대원이었으며, 그들의 국적은 대한민국 국적자 5명, 중국 국적의 대한민국 영주권자 1명이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