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보조금, 학자금 대출, 시민권 관련 규제 변화 가능성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교육부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교육부 내 폐지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정책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의회가 교육부를 해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촉구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교육부가 "낡고 비효율적이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강요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최근 DEI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수십 명을 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5일 기자회견에서 새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한 린다 맥마흔이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나는 린다가 스스로 직장을 없애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폐지될 경우, 트럼프 교육 정책의 모델로 평가받는 플로리다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교육부는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설립됐으며, 현재 약 4400명의 직원과 연간 8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역할은 ▲1조6000억 달러(약 2128조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 관리 ▲초•중•고교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타이틀 IX(Title IX) 등 시민권 및 평등 관련 법률 집행 ▲학생 및 교사 데이터 관리 등이다.

반면, 유아교육 프로그램인 '헤드스타트(Head Start)'는 보건복지부(HHS), 학교 급식 및 영양 프로그램은 농무부(USDA)가 관장한다.

트럼프가 교육부를 폐지할 수 있을까?

대통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연방 기관 폐지는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2003년 미 이민귀화국(INS)이 해체된 사례처럼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번 행정명령이 의회에 교육부 폐지를 요청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초당적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플로리다의 초•중•고 교육 예산 중 약 10%(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는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주요 지원 항목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위한 타이틀 I(Title I) 보조금 ▲장애학생 특별교육법(IDEA) 기금 등이다. 교육부 폐지 시 이 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배분될지는 불확실하다.

플로리다에서는 연방 교육부가 인증기관(Accreditation Agency) 감독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2024년 교육부의 인증제도를 헌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또한, 교육부 산하 시민권국(Office of Civil Rights)은 현재 플로리다 내 대학과 관련해 약 250건의 차별 조사 사건을 처리 중이다.

학자금 대출도 교육부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교육부 폐지로 인해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혼선을 빚으면, 대학 등록금 납부 일정이 지연되거나 대출 상환 절차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플로리다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전망은?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상원의원과 디샌티스 주지사는 교육부 폐지를 지지하며 "권한을 주정부와 지역사회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로이스 프랭클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교육부 폐지 추진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필수 기금과 연방 차원의 보호 조치를 약화하는 무모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힐스버러 카운티 교육위원회 제시카 본 위원장은 "연방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면 주마다 교육의 질과 기회가 불균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우리오 콜론 플로리다대학진학네트워크(FLCAN) 국장은 "플로리다처럼 다양성이 커지는 주에서는 사소한 정책 변화만으로도 교육 형평성이 수십 년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신중론을 펼쳤다.

제시카 라이트 패스코 카운티 교육위원은 "교육부가 없어진다고 해서 당장 연방 지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실행되는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육부 폐지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이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학자금 대출, 차별 규제, 저소득층 지원 등 연방 차원의 교육 지원이 축소될 경우, 개별 주 정부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