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목사 친 트럼프 발언 즉각 사과…릭 워렌 목사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양재영 기자 = 미국의 초대형 교회 중 하나인 남가주 레이크포레스트의 새들백교회가 담임목사의 친트럼프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담임 목사는 즉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새들백교회의 앤디 우드 목사는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SNS에 올렸다. 그는 포스트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희망도 피력했다.

우드 목사는 “오늘의 취임식은 너무 아름다웠다. 하나님의 영광이 빛나는 순간들이 몇차례 있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의 기도의 순간도 그 순간 중 하나였다. 또 다른 시대를 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극찬했다.

또한, “권력의 이동과 함께 신이 허락한 기회의 장이 열렸다. 정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분명 우리들을 위한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추종하는 극우 개신교인들과 비슷한 견해를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기도도 덧붙였다.

우드 목사는 “경외하는 하나님이 이 위기의 시기에 중차대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으로서의 목적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기를 바란다”며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 그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실수 인정...진심어린 사과

하지만, 그는 그의 포스트에 달린 400여개의 댓글을 확인한 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특히 다수의 소수인종이 출석하는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의 의견이라기엔 부적절했다는 교인들과 사역자들의 지적에 분명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우드 목사는 그의 설교를 통해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교인들이 많음에도 저의 포스트를 통해 혼란을 일으켰다”며 “그 분들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과 함께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새들백교회가 위치한 레이크 포레스트 지역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백인 밀집지역임에도 많은 수의 중남미 히스패닉인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히스패닉인의 상당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요식업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중 서류미비자의 비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드 목사는 새들백교회 교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인종을 향한 위로도 전했다.

그는, “새들백교회는 다양한 배경과 계층의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희망과 치유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그는 구세주가 아니다. 예수님 외에 구세주를 자청하는 인간이 등장할 때 사람들은 항상 고통을 겪어왔다”며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합리적 보수의 품격

앤디 우드 목사는 지난 2022년 6월 릭 워렌 목사의 후임으로 새들백교회의 딤임 목사로 취임했다.

릭 워렌 목사나 우드 목사는 모두 보수 성향이 강한 남침례교회(SBC) 소속으로 대체로 교단의 신학적 입장과 맥을 같이 해왔다. 낙태나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면 이러한 면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22년 부터 불거진 3명의 여성 목사 안수로 SBC에서 퇴출 될 위기에 몰렸을 때도 릭 워렌 목사는 “여성 목사 안수를 제외한 모든 교리와 신학에 동의한다”며 자신이 교단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교계에서 릭 워렌 목사의 보수는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워렌 목사는 비록 낙태나 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반대의 입장을 유지했지만 그들을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그의 합리성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축복기도에서 잘 드러났다. 취임식 축복기도 목사로 선정됐을 당시 진보측은 그의 보수성을 거론했고, 보수는 오바마 정부의 진보성을 지적하며 릭 워렌 목사를 비판했다.

릭 워렌 목사는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비판을 뛰어넘어 다양한 종교와 인종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교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워렌 목사는 당시 “나의 삶을 바꾸게 한 예수아와 이사, 헤수스 그리고 지저스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아멘”이라고 기도를 마무리했다. 그는 이 기도의 마무리에서 히브리어(예수아), 아랍어(이사), 히스패닉어(헤수스), 영어(지저스)로 ‘예수’를 언급함으로 다양한 종교와 인종에 대한 그의 포용의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릭 워렌 목사는 2021년 국회의사당 폭동 당시에도 “이는 무정부적, 비미국적, 반역적 행위이며 테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집으로 가라고 했어야 했다”며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의 극우적 행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남가주의 한 목회자는 이런 릭 워렌 목사의 행보를 ‘합리적 보수의 작은 품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릭 워렌 목사는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다양한 이슈로 비판과 비난을 받아 왔다”며 “하지만, 그가 보여준 행보는 극우로만 치닫고 있는 한국 대형교회에 보수의 품격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삼환, 이영훈, 오정현 등 대형교회 목사들이 보여온 행보는 극우도 아닌 장삿꾼의 면모일 뿐”이라며 “한국 교회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품격을 회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