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 부담 커져... 요양원 노인들과 장애인들에 직격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이 플로리다 주의 노인 요양원 거주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의 요양원 거주자 중 약 3분의 2는 메디케이드 지원이 없으면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프로그램으로, 플로리다에서는 요양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 차원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논의가 진행되면서, 플로리다의 요양 시설들이 재정적 타격을 입고 일부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플로리다에서 요양원 침대 하나를 1년 동안 유지하는 비용은 10만4000달러에서 11만7000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 노인은 처음부터 메디케이드에 의존해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개인 재산을 소진한 후 메디케이드를 신청해 요양원 생활을 이어간다.

미국의료재단(KFF)은 "메디케이드가 삭감되면 정해진 수입에 의존하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플로리다의 메디케이드 예산 중 57%는 연방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43%는 주정부가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정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플로리다 주정부는 감소한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조지타운대학 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매년 연방정부로부터 195억 달러의 메디케이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하원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8800억 달러의 예산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메디케이드는 주요 삭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요양원 운영자들 "심각한 타격 불가피"

플로리다에서 20개 장기 요양 시설을 운영하는 솔라리스 헬스케어(Solaris HealthCare)의 숀 콜리 대표는 "메디케이드 삭감이 현실화되면 신규 메디케이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설 운영의 재정적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고, 결국 문을 닫는 요양원이 나올 것"이라며 "이 경우 거주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되고, 기존 요양 시설도 한정된 침상으로 인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대부분 요양원보다 자택에서 생활하길 원하지만,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으로 인해 재가 돌봄 서비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메디케이드는 노인들에게 가정 내 돌봄 서비스, 성인 데이케어, 의료 장비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팜비치 카운티 노인복지단체(Palm Beach County Partnership for Aging)의 팸 위너 회장은 "삭감이 현실화되면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식사를 준비하거나, 장을 보거나, 양치질을 돕는 요양보호사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런 서비스가 줄어들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라며 "가정 내 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방문하는 요양보호사가 유일한 대인 접촉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학 아동•가족 연구소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메디케이드 예산 중 78%가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사용된다. 이는 미국 평균인 51%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연구소의 레오 쿠에요 연구원은 "만약 주정부가 메디케이드 예산을 줄여야 한다면, 대부분의 지원금이 노인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그들이 주요 삭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삭감 방안으로 △메디케이드 자격 요건 강화 △재가 돌봄 서비스나 일부 처방약 지원 축소 △의료 제공자에 대한 메디케이드 보조금 삭감을 꼽았다.

특히 의료 제공자 보조금이 줄어들면 노인들은 특정 전문의를 찾거나, 재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마이애미, 브로워드 카운티 노인들에게 영향 클 듯

조지타운대학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메디케이드에 의존하는 노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58.8%)이며, 그 뒤를 브로워드 카운티(21.6%)가 잇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팜비치 카운티의 비율은 12%로 낮은 편이다.

플로리다 건강 정의 프로젝트(Florida Health Justice Project)의 앨리슨 야거 대표는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잃을 위기에 처한 플로리다 가정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지원을 줄이면 부담은 주정부, 병원, 의료 제공자, 그리고 주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팜비치 카운티 노인복지단체의 위너 회장은 "현재도 우리는 주거와 돌봄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라며 "메디케이드 예산이 삭감되면, 플로리다 노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