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녜라 후보 꺽어...칠레 역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

(올랜도) 김명곤-안태형 기자 = 지난 15일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여성 후보인 미첼 바첼렛(54)이 중도 우파 후보 피녜라를 꺽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첼렛 후보는 총 투표수 800만표 가운데 97.5%가 개표된 15일 저녁 8시(현지시각) 현재 53.5%의 득표율로 46%를 얻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를 크게 이겼다. 이날 선거는 지난해 12월 11일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로 치러졌다.

바첼렛은 칠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며, 남미 전체를 통틀어서는 세번째다. 지난 1990년부터 97년까지 여성인 비올레타 차모로가 니카라과를 통치했으며,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파나마에서는 여성 대통령인 미레야 모스코소가 집권했다. 바첼렛은 오는 3월 11일 취임한다.

그의 당선으로 집권 중도좌파 연합은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이후 연속 4번째 집권을 하게됐다. 중도좌파 연합은 미국과의 자유무역 체결 등 대외 개방을 추구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연 6%의 높은 성장을 이뤄왔다.

전통적으로 카톨릭교회가 가장 강력한 문화적 기반을 장악하고 있는 칠레에서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라고 표명했던 54세의 바첼렛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남편과는 현재 별거중이다.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에서 공군장군을 지냈던 그녀의 아버지는 피노체트의 1973년 구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 감금된 상태에서 사망했다. 바첼렛과 그녀의 어머니는 피노체트 정부에 의해 납치, 투옥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호주, 유럽 등지로 망명했으나 1979년 칠레로 돌아와 소아과 의사로 일했다.

2000년에서 2002년까지 라고스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으로 일했으며 그 후에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라고스는 그녀를 지지했으며 지난 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75%에 이르렀던 라고스의 인기도를 감안할 때, 이는 바첼렛에게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라고스 집권 하의 지난 6년간은 재정흑자와 지속성장을 경험한 칠레 역사상 가장 번영을 누렸던 시기 중 하나였다. 바첼렛은 자유무역과 긴축재정 등 라고스의 경제개혁을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첼렛은 선거유세에서 자신이 당선된다면 적어도 내각의 반을 여성으로 충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저소득층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과 연금제도의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선거유세 마지막 날, 바첼렛의 상대인 피녜라는 바첼렛이 속한 집권연합이 지난 16년 동안 대통령직을 독식해 왔으며 이 기간 동안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국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피녜라는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70년대에는 세계은행에서 일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칠레에서 가장 큰 항공사, 가장 큰 은행, 가장 큰 조선소, 가장 큰 기업집단의 공동소유주이기도 하다. 그의 재산은 1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피녜라는 지난 달에 있었던 1차 투표에서 26%의 지지를 획득했다. 이는 46%의 지지를 획득한 바첼렛과의 차이를 좁히는 결과이기도 했다. 그는 이 투표에서 보수적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후보인 조아킨 라빈을 따돌렸으나, 결국 개혁성향의 바첼렛의 벽을 넘는데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