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계, 아메리카 원주민, 알래스카 원주민, 흑인 아동에서 진단 비율 높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내 자폐증 진단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31명 중 1명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당시 36명 중 1명이었던 통계보다 확연히 증가한 수치다.

2017년 CDC)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550만 명의 성인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2018년 기준으로 44명의 어린이 중 1명이 자폐스팩트럼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는 2016년 통계인 54명 중 1명보다 23% 증가한 수치이다.

이처럼 해가 갈 수록 자폐증 진단이 늘어나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원인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연구를 약속했다. 케네디 장관은 16일 보고서에 대한 응답으로 "자폐증은 가족을 파괴할 뿐 아니라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아이들을 파괴한다"며 "이들은 이렇게 고통받아서는 안 될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자폐증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뇌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장애로 간주된다. 언어, 학습, 사회적•정서적 기술의 발달 지연 등 증상의 범위가 다양하며, 일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진단되지 않기도 한다.

"자폐증은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한 케네디 장관은 유전적 요인이 자폐증과 연관돼 있다는 과학계의 견해와는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환경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며, 아버지의 나이, 어머니의 체중, 당뇨병 이력, 특정 화학물질에의 노출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폐과학재단은 케네디 장관이 강조한 환경적 요인에 대해 CDC 보고서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재단의 수석과학책임자 알리시아 홀러데이 박사는 "자폐증의 증가 원인은 서비스 접근성 확대와 자폐에 대한 낙인 해소 등의 변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CDC 보고서는 2022년 기준 14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의 8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자폐증은 대부분 이 나이 전후로 진단된다. 여전히 남아가 여아보다 진단 비율이 높으며, 아시아•태평양계, 아메리카 원주민•알래스카 원주민, 흑인 아동에서 진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폐증은 서로 다른 유형 때문에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불려

과거에는 자폐증과 아스퍼거증후군 등을 묶어 ‘전반적 발달장애’라 불렀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성이 결여되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며, 쉽게 감정을 분츨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언어 구사 능력에 문제가 있고, 과도한 행동을 보이거나 특정한 소리나 시각적 자극을 과도하게 추구하거나 회피하는 경우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자폐증 진단 아동들은 정상 교육을 받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불행하게도 많은 학생들은 일반 교실에서 교육을 받거나, 표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대학에 다닐 기회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자폐증이 있다는 '천재'들이 등장했고 인기 드라마에 능력이 뛰어난 자폐증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자폐증에 대한 기존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각각의 문제 행동이 광범위한 수준에 걸친,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라는 새로운 개념이 대두됐다.

미국정신과학회는 2013년 펴낸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서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 등을 포괄해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정의했다. 증상 수준이 무지개의 색깔처럼 다양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이전만큼 삶의 장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또 이전보다 더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진단과 지원을 찾을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스스로 진단과 도움을 찾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들을 수용하는 환경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플로리다주 올랜도시 소재 명문 사립대학인 롤린스 칼리지의 장애자 서비스 디렉터인 베탄 덜린은 2년 전 <올랜도센티널> 칼럼에서 20년전만 해도 한 학기에 자폐 증상이 있는 학생이 1-2명 정도 있었으나 요즈음은 2배 이상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