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물가·인구 증가 따른 필수지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 재산세 폐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중앙플로리다의 시·군 예산이 최근 수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올랜도센티널>이 8일 보도했다. 매체는 일부 지역 예산이 2020년 이후 수억 달러씩 늘어난 것에 대해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재산세 수입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는 최근 5년간 예산이 31% 증가해 17억 달러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재산세 수입도 40%가량 뛰었다. 오시올라카운티는 67%의 세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레이크카운티는 예산이 93%까지 확대됐다.

디샌티스는 “주요 카운티들이 지난 수년간 막대한 예산 확대를 단행했으며, 이는 재산세로부터 더 많은 수입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세금 감면 혹은 재산세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세금은 오르지 않았지만 예산은 커졌다”…주민 보호 장치에도 불만 제기

플로리다 주택 소유자는 ‘세이브 아워 홈즈’ 법과 주택 면세 혜택으로 연간 세금 인상률이 3%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주택 가치 자체가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커졌다.

디샌티스는 지난 3월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며 1000달러의 재산세 환급안을 제안한 바 있다. 퇴역 해군 장교인 75세의 빌 하이드는 “매년 세금이 오르면서 식비나 생활비가 줄어드는 실정”이라며 주지사의 제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다만 플로리다 의회는 올해 예산안 합의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했으며, 재산세 개편안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원은 최근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공제 도입, 세율 인하, 주민투표 의무화 등 다양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재산세를 폐지할 경우 연간 약 550억 달러에 달하는 지방 정부 재원을 대체할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자체 “세율은 그대로, 인프라 수요 증가로 지출 불가피”

그렇다면 예산이 늘어난 지자체들의 의견을 어떻까. 매체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예산 확대가 예산 낭비가 아니라 성장과 물가 상승에 따른 필연적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카운티는 최근 소방훈련센터에 5000만 달러, 주택지원기금에 1600만 달러, 노숙자 지원에 1000만 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올랜도시는 올해 34명의 경찰관, 29명의 소방관, 12명의 구급대원을 새로 채용했고, 통근열차 선레일 운영비도 분담한다. 오시올라카운티는 도로 등 인프라에 9억10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25억 달러 규모의 신축 개발로 세수가 늘어난 상태다.

세미놀카운티의 리 콘스탄틴 위원은 “지자체가 물가 상승과 성장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며 “예산 낭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화당, ‘롤백 세율’ 캠페인 돌입…세수 증가 시 세율 인하 유도

한편 매체는 플로리다 공화당이 최근 모든 카운티에 대해 ‘롤백 세율’ 채택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롤백 세율은 전년도와 동일한 세수를 유지하는 세율로, 세수 증가 시 자동으로 세율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

에반 파워 플로리다 공화당 의장은 “지자체들이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세수 풍요를 너무 오래 누려왔다”며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플로리다정책연구소의 에스테반 산티스 연구원은 “재산세 폐지론보다 현실적인 ‘선택적 감면’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재산세 없이 지자체 재정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