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사용은 여전히 신중...이미지 제작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사용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최병인 기자 = 미국과 한국 교회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설교문 작성부터 행정 업무, 신앙 상담까지 AI가 사역자의 역할 일부를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AI를 설교에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신중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미국의 기독교 IT기업 푸시페이(Pushpay)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교회의 45%가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주로 이미지 제작(47%)과 소셜미디어 콘텐츠(44%)에 활용되고 있으며, 설교 작성에 사용하는 교회는 18%에 머물렀다.

설문에 참여한 교회 리더들은 기술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설교와 같은 영적 행위는 여전히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시페이의 케니 와이엇 CEO는 “기술은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며 AI 활용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한국 교회, 조용한 실험 중… AI 예수까지 등장

한국 교회에서도 AI 도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는 설교문 초안을 AI로 작성한 뒤 목회자가 내용을 보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또 어떤 교회는 ‘AI 예수’라는 명칭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도들의 신앙 질문에 자동 응답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실험들이 정통 신학적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교회의 본질은 콘텐츠 제작이 아닌 ‘말씀 선포’이다”며 “기술의 남용이 교회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설교는 콘텐츠가 아니라 계시”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AI 설교의 확산이 ‘신앙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목회자의 삶과 기도를 통해 공동체에 주어지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한 신학자는 “AI 설교가 아무리 유창하더라도, 성령의 임재 없이 작성된 원고는 영혼을 울릴 수 없다”며 “지금은 기술 도입에 앞서 신학적·윤리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술은 사역을 보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목회자는 “AI가 교회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의 방향’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 교회가 기술에 대한 분별력을 갖고, 성도들과 함께 신중하게 논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복음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교회는 더 이상 ‘교회’일 수 없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