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태양광 차단 등 기후조작 활동 금지 법안 서명 의사 밝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주정부가 비행기를 통해 태양광을 차단하거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입자 분사 등 '기후 조작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사실상 기후공학(geoengineering)과 '케미트레일(chemtrails)'을 겨냥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 법안이 음모론과 과학적 연구를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5월 6일 마이애미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대기 중에 물질을 분사해 태양을 차단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플로리다, '선샤인 스테이트'다. 우리는 햇빛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 일리아나 가르시아(공화당, 마이애미)가 발의한 것으로, 화학물질 또는 기기를 사용해 대기 중에 무언가를 분사하거나 방출하는 모든 기후조작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해당 수익은 대기오염 통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플로리다 환경보호청은 케미트레일이나 기후공학 관련 활동을 신고받는 핫라인도 설치하게 된다.

가르시아 의원은 "많은 주민들이 하늘에 나타나는 기묘한 자국에 불안을 느낀다"며 "대기 중에 무엇이 살포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도 참석해 법안을 지지했다.

케미트레일은 음모론, 기후공학은 과학적 연구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과학적 연구와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미트레일은 정부가 고의로 유독 화학물질을 공중에 살포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음모론이다. 반면 기후공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태양광을 반사하는 입자를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과학적 시도다.

미 플로리다공대 항공대학의 기상학 교수 마이클 스플릿은 "플로리다에서 현재 기후공학이 실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정작 대도시에서는 차량 배기가스 등으로 공기가 이미 오염돼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대기과학 박사 마크 제이컵슨 교수는 "태양을 반사하는 입자를 살포하는 방식은 '엉터리 발상'"이라며 "광합성을 방해해 작물 수확량 감소와 기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안 되며, 시간과 돈 낭비일 뿐"이라면서도 "그렇기에 해당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이 법안은 진정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오히려 방해한다"며 "하늘이 아니라 지상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플로리다 하원에서 82대 28, 상원에서는 28대 9로 통과됐으며, 현재 디샌티스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유사한 법은 테네시에서도 지난해 통과됐으며, 켄터키·애리조나·아이오와 등 다른 공화당 주도 주의회에서도 유사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한편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의 기후조작 기술은 아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넘지 못한 연구 단계에 불과하다"며 관련 음모론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