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로 예산 이관·핵심 지원 프로그램 폐지… 지역 단체들 "최악 시나리오" 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홈리스 지원 정책을 전면 개편하면서, 중앙플로리다 지역의 1600명에 달하는 만성 노숙인과 장애인의 주거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개편안은 예산 감축과 함께 예산 분배의 중심을 지역 기관에서 주정부로 옮기고, 장애를 가진 노숙인을 위한 장기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랜도 지역의 홈리스 지원 단체들은 이 같은 변화가 수십 년간 축적된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천 서비스 센터의 에릭 그레이 대표는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홈리스 지원 분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행정부는 지난 5월 30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백악관의 예산안은 우선순위를 반영한 것이며, 실제 예산 집행은 의회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현재까지 백악관의 예산 기조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약 12%의 예산 감축이 제안됐으며, 특히 미 주택도시개발부(HUD) 예산은 51% 삭감돼 450억 달러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이 부처는 전국의 저소득층 주거와 홈리스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 폐지… 재향군인·장애인 대거 피해 예상

지역 기반의 '지속적 돌봄 체계(Continuums of Care)'를 통한 기존 자금 배분 방식도 대폭 바뀔 예정이다. 중부 플로리다 홈리스 위원회처럼 올랜도 지역에 맞춤형 예산을 배분하던 방식이 폐지되고, 대신 인구 비례로 제한적인 용도의 자금이 주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플로리다 중부 지역은 과거 경쟁 입찰 방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더 많은 연방 예산을 유치해왔다. 이 구조가 바뀌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역 예산 2800만 달러 중 약 75%가 연방 예산에서 충당되고 있다.

이번 제안에는 만성 홈리스 및 장애인을 위한 '영구 지원 주거 프로그램' 폐지도 포함됐다. 이 제도로 전국적으로 30만 명이 주거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중앙플로리다도 약 16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홈리스 서비스 네트워크의 대표 마사 아레는 "이들 수혜자의 절반은 재향군인으로, 대부분이 시설 입소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임대 지원은 2년으로 제한되며, 장기 임대 보조 프로그램도 폐지될 예정이다. 아레 대표는 "지금은 모든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청소년 홈리스 지원 프로그램이나 지역 계획 조정에 쓰이는 자금은 긴급 구호 보조금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라고 <올랜도 센티널>을 통해 밝혔다.

거리 노숙 156% 급증… 보수 진영 "개편 필요" 주장

미 전역에서 홈리스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앙 플로리다 지역은 전년 대비 전체 수는 유지됐지만 거리 노숙자는 2022년 이후 156% 급증했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은 구조적인 개편을 주장하고 있으나, 지역 단체들은 저렴한 주거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보수 진영이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하며,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시세로 연구소의 영향이 있다. 해당 연구소의 데번 커츠 정책 국장은 "지역 돌봄 체계는 유권자에게 책임지지 않으며 개혁의 장애물"이라며 "이 같은 개편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레이 대표는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 센터는 1243명을 거리에서 구조했다"라며 "이 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았거나 이미 일하고 있는 이들이며, 일부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교통편을 지원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기관뿐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은 54개 기관의 활동까지 멈춘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