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한국 교회, 정말 신앙 때문인가?

(뉴욕=미주뉴스앤조이) 손현 기자 = 메이저리그(MLB)에서 활동하는 LA 다저스의 간판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최근 프라이드 나이트에서 팀이 제공한 무지개 로고에 성경 구절을 손으로 쓴 모자를 착용해 논란이 되었다.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에서는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와 존중의 표시로 매년 6월 프라이드 달(Pride Month)을 맞아 각 구단이 ‘프라이드 나이트(Pride Night)’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때 선수들이 무지개 색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상징이다.

논란이 된 클레이튼 커쇼가 속한 LA 다저스도 매년 프라이드 나이트 행사를 진행해왔고, 선수들에게 무지개 로고 모자를 착용하도록 했다. 커쇼 역시 올해 프라이드 나이트 행사에 팀 전체가 착용한 무지개 모자를 썼다. 다만, 커쇼 본인은 그와 별개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어 이와 관련된 논란에도 중심에 선 바 있다.

커쇼가 무지개 로고옆에 쓴 성경 구절은 창세기 9장 12~16절로 무지개가 하나님의 언약임을 말하는 구절이었다. 팀 지침을 따르되,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조용한 항의이자 자신의 신앙 고백이기도 했다.

커쇼의 행동을 한국 교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장면은, 차별금지법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에 적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둘러싸고 보여주는 전면적 반대는 과연 어디까지가 신앙이고, 어디까지가 권력 본능인지를 묻게 만든다.

한국 대형교회와 교단들은 지난 1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왔다. ‘동성애 옹호법’, ‘가정 해체법’, ‘기독교 박해법’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목회자들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강단에서 레위기를 읽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성경적 신앙 때문일까? 커쇼는 자신의 성경적 관점을 조용히 드러내며 제도 안에서 공존할 길을 찾았다. 반면, 한국 교회의 주류는 법의 제정 자체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국가기관에 탄원서를 내며 집단 압력을 행사했다. 한 대형교회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는 것을 의기양양하게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속에 담긴 것은 신앙적 양심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었다.

한국 개신교의 많은 지도자들은, 사실 ‘신앙’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들이 기득권 집단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심리를 품고 있다. 차별금지법 반대는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시대적 사명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술수일 뿐이다.

교회가 오랫동안 정치, 교육, 도덕의 중심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며, 더는 교회가 사회적 윤리 기준을 독점하지도 않는다. 이 변화에 직면한 교회는 ‘복음’으로 싸우는 대신,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법의 제정을 막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목회자는 이러한 목사들의 행동을 ‘신앙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자신들에게 드리워진 ‘두려움’을 해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에 대한 혐오 발언이 규제될 수 있고, 극우적 신앙 담론을 통해 교세를 유지하는 교회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도덕적 우월감으로 포장해 설교하는 목사들에게는 차별금지법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쇼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사회적 포용 흐름과 신앙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보다, 공존의 틈을 만들었다. 이것은 그가 평생을 지켜온 신앙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임이었다.

한국 교회는 지금 혐오를 정당화하는 설교를 하고, 차별을 막는 법조차 반대하며,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있다. 그러나 신앙은 본래 ‘공존’이어야 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적 가톨릭이 '배척'보다 '포용'을 선택함으로 사회와의 소통의 창을 넓일 수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차별금지법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 교회는 커쇼가 선택한 조용한 무지개를 고민해야 한다. 믿음은 목소리의 크기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하고 감당하는 자세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