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서 복수자'로, 트럼프의 정치가 달라졌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5년 대선 출마 당시부터 미국 정치 무대를 자신 중심으로 재구성해왔다. 그는 언론의 중심에 서기를 즐겼고, 분열과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스스로를 '정치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2025년의 그는 과거의 트럼프와 다르다. 이제 그는 단순히 주목받기를 즐기는 정치인을 넘어, 대통령 권한을 복수의 수단으로 바꾼 정치 전략가로 변모했다는 평가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권력의 행사 방식에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에서 러시아 수사, 사법부의 견제, 내부 보좌진의 이탈 속에 좌절을 반복했다. 그 결과 그는 '기성 체제는 나를 막는다'는 피해자 의식을 강화했고, 퇴임 후 기소, 유죄 판결, 암살 시도까지 겪으며 그 의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개인적 감정이 아닌, 구조적 복수로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2024년 대법원이 대통령의 공무 수행에 면책권을 부여한 판결은 트럼프에게 법적으로 복수를 실현할 길을 열어주었다. 이후 그는 감사관 해임, 관료 조직의 전면 개편, 법무부의 정치화 등 권력 집중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조치는 비판자들에게는 명백한 '복수의 제도화'로, 지지자들에게는 '딥 스테이트' 해체이자 행정 효율화로 해석된다.

그의 정치 행보는 백악관 내부부터 재편됐다. 과거 네 번이나 교체됐던 비서실장은 이번엔 수지 와일스로 고정됐는데, 와일스는 트럼프의 즉흥적인 판단을 빠르게 정책으로 전환하는 충성형 실무자다. 이는 행정부의 일관성과 속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내부의 이견과 견제 기능을 사실상 제거한 구조이기도 하다.

권력 재편과 정치 생태계 장악

트럼프는 또한 자신의 미디어 전략도 진화시켰다. 과거 트위터 중심의 직접 발신에서 트루 소셜(Truth Social) 같은 플랫폼을 통해 통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존 언론을 '가짜 뉴스'로 몰아 배제하고 있다. 이는 언론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지지층에게는 '진짜 정보를 전하는 유일한 채널'로 작동한다.

사법부 역시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재임 중 보수 성향의 판사를 대거 임명하며, 현재의 면책 판결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기반을 구축했다. 비판자들은 이를 법치주의의 위협으로 간주하지만, 지지자들은 이를 "좌파 사법권력에 대한 균형 회복"으로 본다.

정치적 '적의 개념' 또한 확대됐다. 과거 정치적 반대자에 그쳤던 범위는 이제 언론인, 판사, 전직 참모, 심지어 관료까지 포함된다. 트럼프는 이들을 '국가의 배신자'로 지목하며, 공개적으로 공격한다. 이는 미국 정치 내 이분법을 심화시키며, 극단주의적 경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외교 무대에서도 이전보다 더욱 일방적이다. G7과의 불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푸틴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질서의 균형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진정한 미국 우선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화당 내부도 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이었던 중진 의원 상당수가 침묵하거나 낙천됐고, 당의 노선은 '트럼프화' 되었다. 이제 당 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충성은 생존 조건이며,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강력한 리더’로 보는 지지층의 시각은 여전

그는 여전히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주장이 이제 단순한 개인 신념이 아닌, 공화당의 공통된 서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 허구의 현실을 실제 정치 현실로 재구성했고, 그 속으로 미국 정부와 여론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들은 트럼프를 '기득권을 해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보고, 그가 하는 모든 행위는 '강력한 리더십'의 발현이라고 믿는다. 트럼프의 방식이 불쾌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변화의 진짜 방식'이라고 여긴다.

결국, 트럼프는 단순한 포퓰리스트를 넘어, 국가 조직을 재편하고 권력 구조를 자신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체계적 정치가로 변했다. 그의 방식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동시에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동원력을 가진 지도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핵심 가치들인 법의 지배, 권력의 분산, 자유 언론, 객관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있으며, 민주주의 체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