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최고급 부촌 인디언크리크, 하수도 연결 놓고 이웃 도시와 갈등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마이애미 북쪽, 망그로브 늪 위에 조성된 인공섬 인디언크리크 빌리지. 고요한 물가에 자리한 이 섬은 단 84명의 주민만이 거주하는 초호화 부촌으로, ‘억만장자 벙커(Billionaire Bunker)’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곳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미식축구 스타 톰 브래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웃처럼 살고 있다.

단 한 개의 다리로만 접근할 수 있고, 경찰이 레이더와 CCTV로 출입을 감시하는 이 섬은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자랑한다. 빈 땅 한 필지가 1억1천만 달러에 거래될 만큼 부동산 가치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하게 통제된 억만장자들의 천국에도 치명적인 허점이 존재했다. 바로 하수 문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디언크리크에는 수십 년간 하수도 시스템이 없었다. 대신 각 저택마다 설치된 정화조가 생활하수를 처리해왔지만,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이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2018년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섬에 설치된 30개의 정화조 중 22개가 고장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전부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있었다. 그 결과 비스케인만의 수질은 악화되었고, 오염된 물속에서 어류 폐사가 빈번히 발생했다.

마을 측은 결국 자체 하수 수집 시스템을 만들고, 이 하수를 이웃 도시 서프사이드(Surfside)를 거쳐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프사이드는 인디언크리크에 1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기존 하수 시스템 구축과 유지에 들어간 비용을 분담하라는 명분이었다. 인디언크리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마을 시장 버나드 클레팍은 “연간 마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갈취”라고 반발했다.

마을 변호사 스티븐 헬프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서프사이드는 뻔히 알면서도 우리의 하수관 연결을 막았다"며, 이를 "정치적 협박"이라고 표현했다. 인디언크리크는 조용히 플로리다 주의회를 움직였고, 마침내 하수관 설치를 막거나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통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현재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쿠슈너와 공화당 정치 네트워크의 그림자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마을 이사회 구성원의 정치적 네트워크가 있다.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해 이사회에 조용히 임명됐으며, 또 다른 이사회 멤버인 이르마 브라만은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공화당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인물이다. 시장인 클레팍 역시 올해 플로리다 공화당에 가장 큰 기부금을 낸 바 있다.

서프사이드 시장 찰스 버켓은 "이런 입법 전략은 참신하다"고 말하면서도, 인디언크리크가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주지사실에서 전화가 와서야 상황을 알게 됐다”며, “그쪽이 법을 만들면 그걸로 해결하자는 식이었다”고 털어놨다.

법안이 최종 서명되면 인디언크리크는 서프사이드를 통과해 베이하버아일랜즈(Bay Harbor Islands)와 연결되는 하수관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베이하버아일랜즈가 이를 받아들일지, 추가 비용을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인디언크리크 측은 현재까지 로비 비용으로 단 1만 달러도 채 사용하지 않았으며, 플로리다 교통부는 해당 조항이 포함된 법안에 협조했다.

헬프먼은 “우리는 단순한 마을이 아니다. 우리도 공공기관이고, 정상적인 요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시장 클레팍은 “우리 마을이 특권층이라서가 아니라, 이것은 비스케인만 전체를 위한 일”이라며 "제대로 된 하수처리 시설을 갖추는 건 상식이자, 주 전체의 이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