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글레이즈 외딴 활주로에 최대 1천 명 수용… "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법무장관 제임스 어트미어가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한복판에 이민자 전용 구금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앨리게이터 앨커트래즈(Alligator Alcatraz)’라는 이름부터 이목을 끈 이 시설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거점으로 제안됐다.

어트미어는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사람들이 나가도 기다리는 건 악어나 비단뱀뿐이다. 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고 말해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인권 단체들은 해당 발언이 비인도적이고 혐오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시설 예정지는 마이애미 도심에서 약 55마일 떨어진 데이드-콜리어 트레이닝 앤 트랜지션 공항으로, 1970년대 대형 공항 계획이 환경 문제로 중단된 이후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어트미어는 해당 부지를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라며 30~60일 내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시설을 과거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고립된 고도 보안 교도소 알카트래즈에 빗대며,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용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과도 연결지었다.

하지만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해당 계획에 대해 일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어트미어 측과 연방 국토안보부도 구체적 진행 상황이나 협의 여부에 대한 설명을 거부한 상태다.

추방 정책 강화 나선 플로리다... 실제 체포도 급증

어트미어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의 추방 정책에 발맞춰 전방위 지원을 약속해왔다.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연방 정부에 37쪽 분량의 이민 단속 계획을 제출했으며, 이에 따르면 남중부와 북동부에 각각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포함됐다. 시설들은 활주로 인근에 배치돼 체포-구금-추방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12개 계약업체의 협조를 통해 72시간 내 가동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플로리다 중부 지역에서는 이미 이민자 체포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오렌지카운티 교도소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청으로 수감된 인원은 약 800명이었지만, 2025년은 5월 말 기준으로 이미 1 314명을 기록했다.

어트미어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전 비서실장 출신으로, 드상티스가 전직 법무장관 애슐리 무디를 상원의원으로 지명하면서 후임으로 임명됐다. 내년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그는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연방 법원은 어트미어가 주정부의 새로운 이민법 시행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그를 민사법정 모독 혐의로 제재했다. 법원은 향후 모든 이민 단속·체포 관련 행위에 대해 2주마다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인권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제안이 “현대판 수용소”라며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전국이민법센터는 “이민자를 악어와 비단뱀 속에 가두겠다는 발상은 미국 헌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