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오해 피하고, 초당적 지지 얻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오는 4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공보비서관은 20일 오전 "김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에 다수 국민과 여야가 방북 그 자체를 적극 지지해준 데 대해서 감사를 표한다"며 "방북 시기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6월중으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민족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협의를 위한 것인 만큼, 방북의 시기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6월 중으로 계획하고 관계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직접 지난 주말 결정한 내용"이라며 "방북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나 여야 정치권이 찬성하지만 시기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있는 만큼, 김 전 대통령께서는 시기 역시 초당적인 지지 속에 이뤄지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준비모임을 가져온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준비팀에서도 조심스럽게 방북 일정 연기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 준비팀에서는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2·18 열린우리당 전대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된 데다가 5·31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시기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남남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 비서관은 "방북 시기를 4월 하순에서 6월중으로 연기한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정부가 4월에서 6월로 '수정 제의'한 내용을 가지고 북측과 구체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방북 시기는 5·31 지방선거 이후인 6월 상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지난 19일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방북 시기를 6월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며 "정부는 금명간 방북 시기를 연기하자는 요청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당적 지지' 얻기 위해 일보 후퇴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부터 4월 방북 계획을 밝혀왔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북측에 이런 입장을 통보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최근 DJ의 방북을 '지방 선거용'이라고 공세를 취하면서 정치 논란이 벌어졌다. 자신의 방북을 민족의 염원을 실현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따라서 초당적인 지지가 필요했던 DJ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따라서 갑작스런 DJ의 방북 연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야 싸움에 더이상 말려들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현재까지는 방북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고있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또다른 반대 명분을 없앨 수 있다. 방북시기가 올 6월이라면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 때와 날짜를 맞출 수 있어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다.

DJ는 철도를 통한 방북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맞먹는 상징적 효과가 있다. 현재 4월 DJ 방북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아직 답변이 없는 등 철도를 통한 방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6월로 연기한다면 훨씬 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한편, <경향신문>이 리서치 전문기관인 메트릭스에 의뢰해 906명을 대상으로 지난 15~16일 실시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방북'에 대해서는 14.2%만 찬성했지만 '6월 이후'라면 66.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북 자체에 대한 찬성률은 58.5%로 반대 의견 36.4%보다 많았다. / 김태경·박형숙 기자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