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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 국제
 
갈수록 찢겨지는 이라크, 제2의 레바논 되나
갈수록 종파분쟁 심화...부시 행정부 '민주화' 정책에 차질

(마이애미) 안태형-김명곤 기자 = 이라크의 시아파 사원이 폭탄공격을 받은 후 시작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종파간 분쟁으로 이라크를 조속히 정상화 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부시행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는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 수립보다는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내전종식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라크에 새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도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로 인해 좌절될 가능성이 있다.


▲ 날이 갈수록 종파간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영국의 BBC 방송 인터넷판 3월 5일자.

현재 이라크는 호전적인 성직자들에 의해 권력이 분산되고, 학교, 병원, 철도, 도로 등에 대한 통제가 각 분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뇌물과 부패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점령군의 영향력은 단지 힘없는 중앙정부에만 미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군 감축계획 차질에 당황스런 부시 행정부

이와 같은 암울한 전망은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점차 줄이고 이라크 정부가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립하자마자 미군을 감축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 ABC > 뉴스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 (표본수 1,000명, 조사의 오차한계 +-3%)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중 80%는 이라크 사태가 종파분쟁으로 인해 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다. 또한 미국민들중 49%만이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로 이라크에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65%가 이라크 민주주화에 긍정적인 전망을을 했던데 비해 현저히 감소한 수치다.

사실상 이라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아 왔던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라크가 소말리아나 탈레반 정권 하의 아프가니스탄 처럼 파탄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라크 사태를 ‘진창’으로 비유하기엔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이라크의 지속적인 불안정한 상황은 모두를 초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독일의 전후 국가 복구 전문가인 마크 세드라는 지난 26일 <뉴욕타임스>에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라크에 대한 기대는 매우 약화되었다"면서 "이제는 이라크 정부수립의 주 목적이 불안정 상황과 폭력이 주변 국가로 번져 지역 안보를 위협받는 것을 막는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부수립에 가장 큰 난관은 이라크인들이 종교적 분열과 인종적 분열에 휩싸여 있는 것이라고 분석해 왔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정당, 의회, 군대, 심지어 성직자들까지도 이런 저런 특정 정파에 속해 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시아파와 쿠르드 족에 대해 가해진 차별정책을 폐지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수립에서 어떠한 분파도 배제하지 않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그 결과 중앙정부가 약화되고 불안정해졌으며, 모든 정치적 결정들은 분파의 이해관계에 직결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15년에 걸친 내전 끝에 수립된 레바논 정부가 바로 이와 같은 분파 인정 체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에 한시적인 조치로 여겨졌던 이 시도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어 레바논은 종교 및 인종적 분열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레바논식 '나눠먹기' 통치로 불안정 정국 심화

결국 이라크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레바논처럼 될 징후가 농후하다. 무장단체를 해체시키려는 계획은 화해와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서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미군도 무장단체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라크 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영국의 BBC 방송 인터넷판 3월 6일자. 한 이라크인이 사진 촬영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가 내무부나 국방부 장관 등을 비정치적 테크노크라트로 임명하도록 설득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현재 이라크 정국은 최근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분파에 따라 각각 다른 지휘체계를 만들어야 될 상황에 이르고 있다.

가령 수니파 군대는 바그다드 서쪽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반면, 시아파 경찰은 바그다드 동쪽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바그다드 서쪽 지역에 위치한 시아파 사원 폭탄공격에 대한 조사도 시아파 경찰이 이 지역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후세인체제 붕괴이후 이라크를 이끌 참신한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많이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한편, 시급한 국가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정당이나 무장단체와 연결된 망명 정치인들에게 의존해야만 했다. 그 결과 정부 기관들은 점점 이권을 얻기 위한 곳으로 인식되어 부패와 뇌물의 온상이 되었으며 일자리는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만 나누어졌다.

이라크는 이웃국가로부터 항상 침략을 받아왔던 레바논처럼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라크의 허약한 중앙정부와 국민적 정체성의 결여로 인해 이웃나라인 이란은 시아파를, 터키는 투르크인을,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를 지원하고 있다.

마크 세드라 연구원은 “이웃국가들이 이라크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개입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이에 대항하면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노력이 실패했다”라고 전했다.
 
 

올려짐: 2006년 3월 02일, 목 9: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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