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민의협과 공동 조사 결과 발표

원폭피해 1세들의 암발생률과 우울증발생률은 일반인보다 각각 70배 와 93배나 높고, 2세 중 52.2%가 10세 미만의 나이에 사망해 1945년 원폭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대도 건강상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도)는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에 의뢰해 원폭피해 후대(1세·2세) 28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련 우편설문조사와 건강진단 등을 실시했다.

이 결과, 원폭피해 1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우울증(93배) ▲백혈병·골수종 등의 조혈계통 암(70배) ▲빈혈(52배) ▲정신분열증(36배) ▲갑상선질환(21배) ▲심근경색증·협심증(19배) 등의 질환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폭피해 1세 자녀에 대한 기본정보와 건강실태를 파악한 결과, 원폭피해자 2세 중 7.3%인 299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52.2%는 10세 미만의 나이에 사망했으며 사망원인은 불명이거나 미상이다. 이밖에는 ▲감염성 질환(9.4%) ▲사고사(8.0%) 등으로 사망했다.

원폭피해 2세 남성들은 같은 연령대의 일반국민들에 비해 ▲빈혈(88배) ▲심근경색·협심증(81배) ▲우울증(65배) ▲천식(26배) 등의 발병률이 높으며, 원폭피해 2세 여성들은 ▲심근경색·협심증(89배) ▲우울증(71배) ▲유방양성종양(64배)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순영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담당관은 “원폭피해 2세들이 사회적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매우 열악한 건강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주영수(한림대 의과대학 교수) 인의협 전 공동대표는 “1945년 해방이후 원폭피해자의 90%가 사망했지만 아직도 1만 명 정도가 살아있다”며 “이번 연구는 그중 고작 2300명만을 조사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연구를 토대로 더 정확한 실태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영수 교수는 또 “일제시대 때부터 가난했던 분들이 대부분 징용을 갔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폭피해자들은 생활이 어렵다”며 “원호대상으로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 교수는 “일본은 ‘원폭의료법(1957)’과 ‘원폭특별조치법(1968)’ 등을 제정해 피폭자에 대해 군인과 군속 원호에 준하는 국가보상을 받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이들에 대해 1989년 의료보험 중 본인부담 50% 부담조치 이외에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비교했다.

일본의 시민단체 등 민간차원의 지원 등이 있으나 이것은 큰 의미는 없다고 주 교수는 밝혔다.

임순영 연구관은 “이번 조사결과 원폭피해는 1세뿐만 아니라 2세 이후에까지도 미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원폭피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분자생물학적 조사, 유전학적 조사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5년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은 약 7만여 명이며, 이중 1만여 명(1세 2300여명, 2세 7500여명. 1세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자 기준, 2세는 추정치)이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향후 정부차원에서 원폭피해 2세 이후에까지 미칠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종합조사가 필요하다”며 “원폭피해자의 건강권 보호, 복지를 위한 정책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마이 뉴스 기사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