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자 4명 모두 무사...북, 사고직후 신속히 초계기 비행 허가


“발해인의 기상을 재현하려는 해상 탐험이 또 다시 좌절돼 안타깝습니다.” 강원 거진항을 출발한지 7일째인 19일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통신 두절로 소식이 끊겼다가 22일 새벽 구조된 발해뗏목탐사대(대장 방의천ㆍ45) 대원 4명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떤 ‘악몽의 3일’이 끝난 것에 안도하면서도 ‘발해의 꿈’이 또 다시 무산된데 고개를 떨구었다.

22일 오전 6시40분께 독도 북방 237마일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해경 경비함 삼봉호에 의해 구조된 4명의 대원은 사실상 탐사를 포기, 삼봉호를 타고 이날 밤 강원 동해항으로 귀환했다.

집채만한 파도덮치며 모두 쓸어가

4 명의 대원이 탄 뗏목 ‘발해호’의 고행은 출항 직후부터 시작됐다. 뗏목은 눈보라로 온통 빙판이 됐고, 돛과 노와 키는 얼어붙었다. 70여 시간의 고통스런 항해 끝에 18일 오전 당초 계획했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남쪽 포시에트 항에 도착한 탐험대는 어쩔 수 없이 출발지를 변경, 19일 오전 해상에서 예인선과 뗏목을 분리시키고 대장정에 들어갔다.

탐사대는 매일 오전6시와 오후6시 하루 두 차례 해경과 통신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출발 당일인 19일 오후 7시40분 해경과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탐사대의 소식은 끊겼다.

“야간 항해중 뗏목(길이 11㎙, 폭4.5㎙ 무게 11톤) 위 선실(높이 1.7㎙ 가로2.5㎙ 세로3㎙)에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덮쳤습니다. 칠흑 같은 암흑이 닥쳤고 선실이 부서져 모든 식량과 옷가지, 통신기 등은 바다에 빠져버렸습니다.” 방 대장은 사고 순간을 “참혹하고 막막한 상황이었다”고 돌이켰다.

대원들에게 이때부터 공포의 바닷길이 시작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 뗏목 전체가 얼어붙었다. 바람이 세고 파도는 높아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구멍난 선실에서는 눈 앞에서 바닷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빠졌다를 반복했다.

4명의 대원들은 허기에 떨며 추위를 이기기 못해 서로 껴안고 체온으로 버텨야 했다. 구조를 요청할 통신기마저 파도에 휩쓸려갔고 위성전화는 먹통이었다. 사고 이틀째부터는 바닷물이 무릎까지 들어차 서 있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21일 오후4시20분, 기진맥진한 대원들에게 구조의 손길이 다가왔다.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가 북한 상공을 정찰하는 것을 목격한 대원들은 돛을 올렸다 접었다 하는 것으로 신호를 보냈다. 동해항을 출발한 삼봉호에 의해 발견된지 12시간여만인 22일 오전4시 대원들은 모두 구조됐다.

삼봉호 박기찬(50) 부함장은 “4명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지친 표정이 역력하고 모두 발가락에 동상이 걸린 상태”라며 구조당시 대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방 대장은 “북서풍을 이용하기 위해 겨울에 탐사 항로를 계획했는데 기상 악화로 실패했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만반의 준비를 거쳐 발해 항로 탐사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북, 분단후 두번째 영공진입 허용

한편 북한은 ‘발해호’와 통신이 두절되었을 당시 해경의 해경 초계기의 영공비행을 신속하게 승인하였다.

이는 지난 1월 20일 파이오니아나야호 침몰사건 이후 두번째 영공비행 승인이었다. 또한 북방한계선에서 대기중이던 삼봉호도 ‘발해호’의 발견 직후 북측 해역을 지나 발견지점으로 급파되었다.

1997년 12월 31일 출항한 1기 발해뗏목탐사대는 이듬해인 98년 1월24일 일본 근해에서 폭풍에 휘말려 장철수 대장등 대원 4명이 모두 숨지는 참변을 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