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서 피해자 3명 상대로 실시
"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 조사"


“짐승만도 못한 생활”

이자리에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옛 전남 여천군 출신인 조씨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 11월 당시 마을 이장의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 규슈 지방의 한 탄광으로 끌려갔다. 그 해는 심각한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했다고 한다.

조씨는 “하도 배가 고파 점심 도시락을 갱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등 고통스런 생활을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제가 2년6개월이 지나면 고향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채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만 시키자 45년 5월께 고향 친구와 함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쳤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화농 경로회관에 모인 한형석(85), 임득규(84)씨 등은 “어느날 갑자기 면장이 찾아와 `내 아들도 일본에 돈벌러 보낸다’면서 `이번에 일본에 안 가면 죽임을 당한다’고 윽박질러 어찌할 수 없어 부산행 기차를 탔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면장 아들도 돈벌러 갔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뒤따랐다”면서 “마을청년 4명이 익산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 뒤 다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송금해 준다” 속여

막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던 최술량(85)씨는 이들과 달리 홀로 남양군도로 끌려갔다.

노환으로 치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최씨는 “처자식을 두고 남의 땅에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안가면 죽인다고 하니 도망간 청년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갈 수밖에 없었지. 그게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었지”라며 회환의 기억을 되살렸다.

한 씨 등도 “해방 직전까지 2년을 시멘트 공장에서 벽돌 찍는 일을 했는데 월급을 한푼도 못 받고 돌아왔다”면서 “일본은 월급을 집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믿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고문 등 가혹행위는 없었지만 배고픔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산에 올라가 풀을 뜯어먹거나 죽을 끓여 먹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동안 막노동을 했는데 청년들이 밥 한 공기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겠느냐”면서 “깻묵밥으로 허기를 채웠다”고 말했다.

한씨 등은 이어 “일본에 밀려 지금까지 우리의 딱한 처지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조사를 한 뒤 빨리 피해보상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진상조사에서는 이들이 고령인 데다 치매나 우울증세를 보여 조사원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일제 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 한혜인 팀장은 “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조사하러 왔다”면서 “전국적으로 피해자는 많은데 조사자는 10여명에 불과해 시간과 인원이 부족하며 일본 뿐 아니라 만주나 러시아 등지로 끌려간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