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 한반도 상황 재현' 경고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사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강제적인 조선의 국권침탈행위를 을사보호조약 이라는 단어로 교육을 받아왔다. 지금도 일부 학자와 언론인, 지식인들은 거침없이 을사보호조약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근 들어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을사늑약 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늑약(勒約) 이란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반드시 을사늑약 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전적으로 봤을 때 조약(條約)이라 함은 국가간의 권리와 의무가 서로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규정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을사늑약 은 그러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출발선상에서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김삼웅 지음, 시대의 창)은 1905년 을사늑약을 중심으로 일제가 침략을 개시한 강화도조약에서부터 1910년 합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사건 기록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의 경제력, 군사력, 국민수준 등은 을사늑약 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우리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늑대와 승냥이, 독수리, 북극곰의 형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100년 전의 상황이 씨줄과 날줄을 달리해 같은 무대에서 비슷한 각본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외세의 침략사와 국난 극복사는 점점 잊혀지고 역사교육은 실종하다시피 했으며 독립운동사는 소수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을사늑약의 내용과 일제의 조선침략을 위한 치밀한 전략, 그리고 을사늑약 이후 조선에서의 국권침탈 내용과 과정, 한일 합병 이후 국내외 관계 등에 대해 서술 하고 있다.

'을씨년스럽다' 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을사늑약 이 강제되면서 백성들의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 로 표현하다가 을씨년스럽다 로 전이된 것이다." 는 말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을사늑약 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내용을 풀어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제가 조선을 단 한순간에 집어삼킨 것이 아닌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과 계획에 의거해서 차근히 공략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의 손아귀에 넣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1975년 9월 20일 강화도 앞바다에 불법 기착한 일본 군함 운양호의 내용으로부터 강화도조약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이 같은 과정에서 드러난 조선 위정자들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특히 일제의 국권침탈 과정에서 저항하고 고민하던 일부 조선 관리들이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돌아서 버리는 기회주의적 태도에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 오마이 유스 이인우 기자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