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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시류청론] 메모 쪽지가 하던 재판
- D 판사를 위해 썼던 옛글 -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과거사위) 는 2007년 1월 31일, ‘70년대 긴급 조치 위반 사건 판결 분석 보고서 를 발표했다. 수구 언론들은 이번에도 사안의 본질적인 의의는 덮어둔 채 사건 관여 판사들의 명단 공개가 옳으니 그르니, 극히 지엽적인 문제에 촛점을 맞추는 포퓰리즘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다음은 필자가 오래 전에 써 놓았던 글 (그 동안 발표할 수가 없었음) 이다. 유신 헌법/긴급 조치법 하에서 한국 사법부 위상의 일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늘 여기에 싣는다. - 장동만 - >

D 판사, 이 곳 해외 언론 매체를 통해 그 동안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혁당, 민청학련, 고려대 시위 사건 등 여러 공안 시국 사범 공판에 관련된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하고, 한국 사법부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D 판사에게 이 글을 띄웁니다.


▲ 1970년대 대표적인 시국 사건인 민청학련 사건을 1면톱으로 보도한 1975년 4월 26일자 조선일보.

D판사, 현대 민주 국가에서 왜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중 특히 사법부의 기능 역할이 무엇인지, 정치 원론은 펴고 싶지도 않고 또 펼 필요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가 실종된 땅의 정치를 왈가왈부 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인 것과 같이, 총칼의 명령이 곧 법이 되는 현 상황에서 법의 정신이니, 법의 기능이니, 운운 하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 판사, 상황이 비록 그렇게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또 그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소위 ‘인권의 보루’라고 일컬어지는 사법부가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지, 언제 까지나 그럴 것인지, 한 번쯤 서 있는 좌표를 점검하고 자화상을 들여다 보는 것도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 것은 국가 민족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담론에 앞서, 법조인 개개인의 개인적인 신상과 명예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D 판사, 언제인가 D판사는 저에게 이런 비밀 (?)을 들려준 일이 있습니다.

판결을 어디 우리 판사가 하나?
그럼 누가 한단 말인가?”
(공안 시국) 사건 때 마다 3년, 5년, 7년… ‘메모 쪽지’가 외부에서 날아 온다네. 이상하게도 나에게 오는 것은 모두 홀수이네. 그러면 우리 법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것을 앵무새 처럼 외울 뿐이라네.

그러고도 법관으로서 양심의 가책이라고 할까, 직업인으로서 직무 포기라고 할까, 어떤 갈등을 안 느낀단 말인가?
어쩌겠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다른 선택이 없는데…


"총칼이 하는 일을 법으로 정당화 시켜주는 일만은 피해야 겠습니다"

D판사, 언젠가 어떤 큰 시국 사범 사건을 담당, 법관으로서 자신의 소신과는 아랑곳 없이, 이같은 외부의 ‘메모 쪽지’에 따라 판결을 했던 X 판사는 미국에 왔을 때 저에게 그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은 일이 있습니다.

심히 괴롭다. 내가 왜 그렇게 판결할 수 밖에 없었는지, ‘양심 선언’을 써놓고 있다. 때가 오면 이를 세상에 공표할 생각이다 라고.

D판사, 옛날 학생 시절 S대 도서관에서 삼복 더위에 웃통을 벗은채 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던 D 판사는 휴식 시간이면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직 사회악에 물들지 않은 이상주의자로서 우리는 사회 정의에 대해 많은 토론을 벌였고, 특히 D 판사는 법학도로서 앞으로 고시에 패스해 법복을 입게 되면,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열을 올려가며 그 포부를 피력하기도 하였지요. 그러던 D 판사가 오늘 날 법복을 입고 재판관 자리에 앉아서 외부로부터 날아오는 ‘메모 쪽지’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다니…그저 슬퍼질 뿐입니다.

D판사, D판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세차게 불어오는 외풍 , 그 것을 혼자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것을 섣불리 막으려 하다가는 너무나 큰 희생이 따른다는 것 등… 모든 것을 이 곳에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그렇게 어렵다고 해도, 행정부가 총칼의 명령부가 되고 입법부가 그 총칼의 한갓 거수기가 되어있는 현실에서 ‘인권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그렇게 돌아 간다면 도대체 그 나라가 가는 길이 어디 입니까?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나마 D판사와 같은 정의감 있는 법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 법정에 선 인혁당 사건 피의자들. 이들은 판결 수시간 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30년이 넘어서야 조작사건이었음에 밝혀졌다 (MBC 인터넷판 동영상 사진 캡쳐).

D판사, 최소한 총칼이 하는 일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주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겠습니다. 총칼이 하는 무지와 억지, 그리고 부정과 과오에 법을 원용 (援用),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합리화 시켜주는 역할만은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이는 곧 ‘법’이 총칼에 협조/공모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에 법적 뒷받침을 해줌으로써, 민중의 판단을 오도하고 정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D판사, 그러면 이를 위해 지금 그 어려운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메모 쪽지 대로 판결하되 판결문(내용)을 건성건성, 요령 부득으로 작성 하십시요. 그리고 거기에 겉으론 나타나지 않는 어떤 함축적인 의미를 담으십시오. 그렇지 않고 메모 쪽지 의 형량을 뒷받침하기 위해, 즉 정당화 시키기 위해, 열심히 육법 전서를 뒤적이는 행위는 마지못한 피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인 협조로 민중들 눈에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메모 쪽지 사건, 즉 시국 사범 아닌 일반 사건 판결에 있어 그 형량을 법관의 재량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가볍게 판결 하십시요. 이는 총칼로 ‘양심의 상실’을 강요하는 그릇된 체제에 간접적으로 저항한다는 의미가 있고, 또 역설적이긴 하지만 한 쪽에서 ‘잃어버린 양심’을 다른 한 쪽에서 만회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세째, X판사와 같이 메모 쪽지 판결 때 마다 양심 선언 을 작성해 두십시오. 이것은 훗날 새 역사가 펼쳐질 때 D판사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자구책이고, 역사에 대해서는 산 증언 이 될수 있기 때문 입니다.

끝으로 영어 격언, A Good Lawyer is a Bad Neighbor 를 나름대로 고쳐 쓰면서 이 글을 끝 맺습니다.

A Good Lawyer to the People should be a Bad Lawyer to Them.
장동만 / 칼럼니스트
 
 

올려짐: 2007년 2월 11일, 일 9:1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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