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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시류청론] 김대중이 하면 불륜, 노무현이 하면 로멘스?
노 대통령의 '비공개 대북접촉' 이중잣대

(서울) 유창선 기자 (오마이뉴스) =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하는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투명성이기 때문에 저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추세가 비록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어서 수용했습니다…(중략)…사실은 남북관계에서 초법적인 통치 행위가 성립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마당이면 어려운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하여 행한 연설 가운데 들어있는 내용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의 법률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설명을 꺼냈다. 대북접촉에 있어서 통치행위와 투명성에 대한 노 대통령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북송금 때는 '투명성' 주장하더니

그로부터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0일, 노 대통령은 안희정씨의 대북접촉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통치행위와 투명성'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앞에서 인용한 연설내용을 기억한다면,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내린 결론은 "안희정씨의 대북접촉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통치행위'라는 표현 대신 '직무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안씨의 대북접촉은 대통령의 당연한 직무행위 중에 속하는 일이고 그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대북 접촉의 투명성 논란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고, 공개할 것도 없기 때문에 투명성 문제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비록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어서 이 점은 참여정부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던 설명과는 상충된다.

무엇보다 안희정씨의 대북접촉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안씨는 "제3국에서 북한주민을 접촉하면 사전·사후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을 어긴 셈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접촉이었다해도 '접촉 뒤 7일 이내 사후 신고'를 서면으로 했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 실정법을 어긴 것이다. 아무리 위반시의 처벌이 경미하게 되어있다 해도, 대통령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의 지시였으면 법적으로 문제없다?

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대북접촉이 통치행위로 인정될 수 있느냐는 국민들이 수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아무런 정부직책도 갖지않은 안희정씨가 대북접촉의 창구역할을 한 사실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수용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투명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별 내용이 없는 접촉이었느니까 투명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투명성의 문제는 단지 그 접촉의 성과가 있었느냐에 따라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런 정부 직책도 맡지않은 인사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밀 대북접촉의 창구역할을 한 점이다. 이런 일이 당연시될 때 정부의 공식라인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나 대북접촉에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그같은 일을 맡았을 때 생겨날 문제도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의 공식라인에 있는 인사가 필요에 따라 비공개 대북접촉을 하는 일과, 이렇게 비선라인에 있는 인사가 대북접촉을 하는 일은 질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대북사업가가 중간에 끼어서 다리를 놓는 것도 과거 시대의 비정상적인 방식이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하나의 이유로, 안희정씨의 대북접촉과 관련된 모든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안씨의 대북접촉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면 응분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노 대통령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쐐기를 박아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비공개 접촉도 정상적으로 하라

충분히 필요할 수 있는 비공개적인 대북접촉 자체를 제약하려고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의 특성을 생각할 때, 비공개 접촉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다만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보다 정상적이고 제도화된 대북접촉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강변할 것이 아니라, 안희정씨의 대북접촉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점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들의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북접촉 방식을 정립하기 위해, 노 대통령도 돌아볼 것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DJ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올려짐: 2007년 4월 15일, 일 12:1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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