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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실용파에 포위된 개혁파
여당 지도부 범 실용파, 범 개혁파 2명, 중도 1명

"여야가 위임한 지도부가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에 합의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지난 2일 열린우리당의 새 의장으로 뽑힌 문희상 의장의 취임 일성은 향후 열린우리당의 정책 방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개혁과 민생의 동반성공'을 주창해온 문 의장은 앞으로 개혁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용에 무게를 싣는 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의장은 이미 경선 초반인 지난달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온다면, 당론 변경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의 소신보다는 여야 합의라는 '대원칙'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당시 문 후보는 지난 연말 임시국회에서 4대 쟁점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개혁만 따지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전략 없는 '개혁 원리주의'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4일 취임식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 개혁입법 처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이 법안들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자칫 민생 행보 올인이 개혁 후퇴로 비춰지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염동연 "실용론에 무게 둔 사람과 지도부 구성" 희망 달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실용 노선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은 지도부 구성 면면을 통해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선 문 의장에 이어 2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염동연 의원도 범실용파다. 염 의원은 이날 첫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당의장을 보좌하고, 당원들이 저를 선택한 의미를 항상 안고, 당 지도부의 일인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해, 문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염 의원은 지난달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편에서는 수적 우위만 믿고 ‘지금 빨리 밀어부쳐야 한다’면서 실용론에 무게를 두는 사람에게 패배주의라고 하는데, 오히려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패배주의"라며 "개혁의 반대는 수구·보수이지, 실용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염 의원은 또 "개혁을 위한 속도와 방법론에 있어서 실용론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과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의원의 희망 사항은 대체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비록 범개혁파의 장영달·유시민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문 의장이 지명직 상임중앙위원 두 명에 대한 인선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에 문 의장의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명자 의원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1명은 공동위원장이었던 김혁규 의원이나 충청권 안배 차원에서 홍재형 의원의 지명 가능성이 점쳐진다. 모두 범실용파이면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한명숙 의원이 실용 노선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중도성향으로 본다면 범개혁파의 장영달·유시민 의원은 실용파에 포위 된, '고립된 섬'이 된 셈이다.

개혁파의 항변, 수에서 밀려... 한명숙 의원 역할 주목

4일 범개혁파의 위기 의식이 표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오전 문희상 의장이 영등포 청과물시장 상인들과의 조찬간담회를 연 가운데, 상임중앙위원 중 유일하게 유 의원이 문 의장을 '수행'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날 첫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는 장영달 의원이 "두 명의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에 대해서는 문 의장이 저희들과 함께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할지 협의할 것으로 믿는다"며 "사람 중심이 아닌 원칙과 기준을 중심으로 민주적인 당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해, 문 의장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장 위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손관수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장관의 탈락은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한 뒤, 김 전 장관을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일단 지명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해, '김두관 지명 불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오후 지명직 상임중앙위원 인선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상임중앙위원들은 첫째 여성 1인을 꼭 포함시키고, 둘째 지역 연고성을 고려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며 "어떤 사람을 지명할 지에 대해서는 문 의장에게 일임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에서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당연직 상임중앙위원인 정세균 원내대표를 포함할 경우 전체 상임중앙위원 구성은 범실용파 5명, 범개혁파 2명, 중도파 1명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범실용파에 둘러싸인 채 수에서 밀리는 범개혁파로서는 범실용파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식 회의 석상에서 부딪히는 것보다는 장외에서 각계 격파로 상황을 타계해 나가는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도성향인 한명숙 의원의 조정 역할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느 계파에서도 거부반응이 없는 한 의원이 범개혁파와 범실용파 간의 상호 소통을 위한 매개 역할을 어느 정도 하느냐가 향후 당 지도부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최경준 기자 (오마이 뉴스)
 
 

올려짐: 2005년 4월 05일, 화 8:3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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