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전직 장관에게 댔던 회초리, 자신의 사주에게도?

홍석현 주미대사가 73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15일자 관보를 통해 홍 대사의 재산내역을 공개했다. 관보에 따르면, 홍 대사는 본인 재산 463억3963만원을 비롯해 배우자 82억4251만원, 장남 47억3492만원, 차남 72억6375만원, 장녀 64억6166만원 등 총 730억425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앞서 지난 2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홍 대사의 동생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274억7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을 감안하면 홍석현·석조 형제가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액에서 1·2위를 휩쓸었다.

홍 대사는 재산내역 공개가 임박한 시점에 미국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 1층 브리핑룸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는 등 자신의 재산공개가 빚어질 파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홍 대사는 "신문이 조사에 들어가겠지만…"이라고 운을 떼는 등 재산공개가 일으킬 파장을 면밀히 계산한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관련 "홍 대사가 <중앙일보>쪽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재산공개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홍 대사는 선친(홍진기)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몰랐거나 ▲무관심했거나 ▲죄의식이 없었거나 ▲불가피했던 경우 등의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도 부동산 위장전입 등의 사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홍 대사는 ▲자신이 1972년부터 83년까지 미국생활 후 귀국하기 전 부친이 매입한 경기 이천군 율면 땅 4만5000평 중 30%의 농지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시절 원주인이 팔지 않고 있던 농지 3000평을 선친이 사들이면서 자신의 부인 이름 명의로 한 점 등을 위장전입 의 사례로 소개했다.

홍 대사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잇달아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오명 속에 물러난 사실을 의식한 듯 "재산공개를 둘러싸고 개인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여럿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가 크게 봐서는 옳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사는 엄청난 재산 규모에 대해서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많은 국민이 공직자 재산이 왜 이렇게 많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다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저는 혜택받은 삶을 살아왔다"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홍 대사의 재산공개는 사주들의 비리에 애써 눈 감으면서도 공직자들의 도덕성 회복을 주창해온 족벌언론들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일 때마다 노무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질타해온 <중앙>이 이번에는 어떤 목소리를 낼 지도 관심거리다.

도성진 <중앙> 논설위원은 지난 2일자 칼럼에서 "도덕성이 고위공직자 임명의 주요한 기준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언론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고 정부를 감시하고 각 분야의 부조리를 고발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해야 한다는 신문의 고전적인 임무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언론을 통한 공직자 검증을 옹호하기도 했다.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의 부동산 매입 의혹을 가장 앞장서서 제기했던 <중앙>이 사주의 부동산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얼마나 호된 비판을 쏟아낼 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검증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 투기목적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주미대사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결격사유나 부적격 요인으로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홍 대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는 "올해 초부터 겪은 수 차례의 인사파문을 통해 위장전입 등의 불법행위 전력을 가진 인사의 고위직 임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며 홍 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