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의사, 환자들 약남용에 각각 한몫

매달 약 1억30만명의 미국인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P통신 18일자에 따르면, 미 질병 예방협회는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약에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또 미 조제 컨설팅 회사인 'IMS 헬스' 는 3억5천만 미국인들 중 약 3분의 2 정도가 지난 해 처방약을 복용한 적이 있으며 비처방약 복용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인의 이같은 '약 의존도'는 최근 바이옥스나 벡스트라와 같은 염증치료제들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면서 의학 관계자들의 관심거리로 새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쉽게 그리고 다량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0년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12만 5천여명이 약의 부작용이나 약을 오용해 사망했다. 이는 심장질환, 암 그리고 심장발작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약에 소비된 금액은 2천5백억달러가 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주유소 개솔린 총 판매량과 맞먹는 가격이다. 이는 또한 미국내 각 사람 이 일년에 850불 정도를 약값에 사용한 수치이다.

사실 약은 신체의 질병을 치료해 사람들에게 건강을 다시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에 약이 가져다주는 위험성과 효과를 정확히 저울질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앨러지약, 우울증약, 월경통약, 성개선약, 기분조절약 등 날이 갈수록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약들을 너무 쉽게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전 편집자이자 '제약회사의 진실' 을 집필하기도 했던 마르시아 앤젤씨는 "제약회사들이 장기간 복용할 약들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까닭은 시장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 약품 연구 조제협회 대변인인 제프 트리위트씨는 "우리는 보다 많은 질병에 대해 더 나은 약과 더 많은 약들을 지니게 됐다" 고 반박한다.

사실 최근에 출시된 약들중 극히 소수의 약만 예전의 약에 비해 환자들의 건강을 크게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미 식품의약국이 시판을 인정한 약들중 4분의 3정도가 기존의 약과 비슷한 것이다. 영화 속편처럼 대부분 비슷한 내용물을 다른 껍데기에 담아 팔고 있다.

의사들중에는 FDA에 의해 인정되지 않은 약들을 조제해 주기도 한다. 미 질병협회는 최근 의사들은 우울증, 월경전증후군, 심리적압박 등과 같은 일상적 증상에 너무 쉽게 처방약을 조제해 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증상들은 운동이나 다른 요인들로 다스릴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

보스턴 의대 제임스 케이 교수는 자신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수들이 "모든 약은 독약과 같은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며 "요즘은 제약회사나 의사 그리고 환자들이 너무 대수롭지 않게 약을 조제하거나 복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최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