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탁계천'에 빠졌다 [print]

청계천 복원공사 각종 비리 '악취'…'불도저 리더십' 시험대 올라

행정수도' 공방의 최대 수혜자로 박근혜 대표를 바짝 추격해온 이명박 서울시장이 위기에 빠졌다.

이 시장은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재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는 등 '2007년'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CEO형 행정가'로서 자신의 최대 실적으로 내세운 청계천 복원사업에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양윤재 서울 제2행정부시장이 청계천 주변의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개발업자 길모씨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길모씨로부터 이명박 서울시장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는 조건 등으로 14억을 챙긴 한나라당 전 지구당위원장도 구속되었다.

2000년 총선에서 성남 중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모(전 성남 중원 지구당위원장)씨는 이 시장과는 고려대 동문. 이 시장의 비서실을 방문해 한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와 같은 로비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높게 두며 청계천 복원사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시장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시장, 당에서 인심 잃었다"

여기에 그간 서울시의 '독단 행정'을 비판해온 시민사회단체들도 가세해 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환경연합,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청계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당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은 "야당 자치단체장의 흠집내기식 수사는 좌시할 수 없다"면서도 "어떤 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하는데는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경우 '야당탄압'이라며 당 차원의 대책을 세운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사태 추이를 보고 대응하겠지만 (이 시장이) 쉽게 빠져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명박 시장이 그 동안 당에서 워낙 인심을 잃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3월 행정도시특별법 처리 이후 결성된 '수투위(수도이전반대투쟁위원회·상임대표 이재오)'를 사실상 당내 '이명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면서 박 대표 체제를 흔드는데 앞장서 왔다는 지적이다.
'복마전 서울시' 잡음 없이 이끈 고건과 대조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시장의 'CEO형'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고건 전 총리가 최근 '청춘'이란 화두를 앞세워 미니홈피를 개설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 시장에 앞서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복마전'의 서울시를 잡음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와 대비되는 상황이다.

'개발'과 '실적' 중심의 이 시장은 사사건건 정부, 시민단체 등과 갈등을 보여온 반면 고 전 총리는 총리와 서울시장을 각각 2번씩 지내면서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리자로서 갈등 해소에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이 시장은 주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구상을 실천해 옮겨왔다. 서울시 교통체계를 확 뜯어 고쳤으며, 지난 해 7월 착공한 청계천 복원 공사는 오는 9월 완공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시장은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서울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경'과 '교통'에 메스를 댔지만 순탄치 않았다. 달라진 교통체계는 시민들의 원성을 샀고 작년 국정감사에서 표적이 되었다. 그에 이어 청계천 복원 사업에 각종 로비가 오갔다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청계천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청(淸)계천'이 아니라 '탁(濁)계천'으로 전락할 상황인 것이다.

당 '밖'에 있으면서 박근혜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해 왔던 이 시장의 리더십도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올려짐: 2005년 5월 10일, 화 10:4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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