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90] 한사람 사형시키면 최소한 세사람 살린다? [print]

학자들, ‘사형 효과’ 주장…반대론자들 “설득력 약한 2급 논문”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미국사회에 지난 1970년대 몰아쳤던 사형제 존폐 논쟁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이번 역시 '사형 효과'를 주장하는 일단의 학자들에 의해 논쟁이 먼저 촉발되었으며, 학교의 담장을 넘어 일반사회에까지 논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1970년대 사형제 존폐 논쟁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것은 사형이 살인범죄를 억제한다는 경제학자 아이잭 얼리치의 보고서였다. 1975년에 그가 내놓은 보고서는 주요 신문의 기사와 공개토론의 대 주제가 되었으며, 연방대법원은1972년에 중지한 사형제도의 부활을 주장하면서 그의 주장을 인용했을 정도다.


▲ 1970년대 불었던 사형제 ‘효과’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당시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얼리치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학계에서 시작된 사형제에 대한 논쟁은 학교 밖으로 튀쳐나왔고, 사형제 이슈는 당시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 문제와 맞물리면서 사회적인 대 논쟁거리가 되었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1976년 사형제도를 부활시켰으며, 이후로도 미국사회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사형제도의 존폐 논쟁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지난 10여년간 미국사회는 사형 페지론자들이 점점 세를 얻어 오고 있었다. 일리노이주의 사형집행 잠정 중단,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등 6개주에서 일어난 독극물 주사에 의한 사형집행 논란, 그리고 뉴저지주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움직임 등은 사형제 폐지론자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촉매제가 되었다.

특히 최근 살인 혐의자의 DNA테스트에 의한 사형선고의 맹점이 자주 들어나면서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려 왔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 산업국들에서도 사형제도의 비 윤리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왔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사형집행 한번으로 3명에서 18명 살린다”

그런데, 최근들어 일단의 학자들은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해 사형제 폐지론자들에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콜로라도 대학의 경제학 교수 내시 모캔은 지난 11일 <에이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연구는 정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며, 이제껏 그렇게 해 왔다, 이에 대해 의혹의 여지는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의 결론은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고 단언했다.
2003년의 공동 연구와 2006년에 벌인 데이터 재 분석에서 모캔 교수는 각각의 처형이 5건의 살인을 감소시켰으며, 사형선고를 해야 할 것을 다른 형으로 대체하는 것은 5건의 살인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연구결과는 확고한 것이며,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다”면서 “나는 사형제를 반대한다, 그러나 내 연구결과는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2001년 이후 이같은 '효과론'을 지지하는 통계학적 연구 결과는 12건 이상이 발표됐다. 이 연구들은 모두 같은 가설에 근거하고 있는데, 즉 ‘어떤 행위의 댓가가 너무 높으면 사람들은 행동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그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매년 각주를 돌면서 실업률, 개인소득, 체포와 유죄 선고 빈도수 등과 같은 데이터를 참고하여 사형선고가 살인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의 몇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3년 에모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한건의 사형집행은 평균 18건의 살인을 막았다. 이밖에 다른 연구들은 한건의 사형집행이 3건, 5건, 그리고 14건의 살인범죄를 막았다.

둘째, 2006년 휴스턴 대학의 연구는 지난 2000년 일리노이의 사형집행 중단으로 4년여 동안 150건의 살인범죄가 야기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째, 2004년 에모리 대학 연구는 처형을 앞당기는 것이 살인범죄 억제 효과를 더욱 증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형 판결 이후 집행이 이루어지기 까지 2.75년이 감소될 때 마다 한건의 살인이 감소됐다.


▲지난해 12월 13일 독극물 처형에 대한 비윤리성 논란을 야기시킨 플로리다 사형수 앤젤 디아즈(55) 사건을 보도한 CNN 인터넷 판.

비판자들 “데이터 불충분하고 사례수 적은 2급 논문들”

그러나 이같은 연구결과들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캐스 선스타인 교수 같은 이로부터 윤리적 철학적 반발을 가져왔다. 그는 2005년 동료 교수와 공동으로 ‘사형제도는 도덕적으로 필연적인 것인가?’ 라는 책을 집필하여 연구결과들을 반박했다.

그는 “우선 살인자 처형이 살인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면서 “사형제 회의론자들은 한 사람을 죽여서 다른 생명을 건진다는 생각에 근본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결과에 대해 도덕적인 질문은 제껴 놓더라도 학자들이 사용했다는 데이터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형 효과론'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른 학자들에 의해서도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어떤 학자들은 그같은 연구결과는 연구 방법론에 있어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부주의나 과실, 정당방어 등에 의한 살인사건까지 포함한 총 살인건수를 기준으로 사형이 살인범죄의 효과를 가져 왔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한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은 의도되지 않은 살인의 증감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데도 이같은 살인 건수까지 포함시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다른 학자들은 매년 미국의 사형집행 사례수가 적어 이를 데이터의 주요 축으로 사용하여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령 2005년에 총 16, 6 9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단 60건의 사형이 집행됐을 뿐인데, 이같은 수치는 연구자들이 의미있는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표본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존의 연구결과들에 대해 대대적인 반론을 펼친 와튼 비즈니스 스쿨의 저스틴 울퍼스 교수도 “그들의 연구결과는 어떤 것을 말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통계 방법론을 신뢰하지 않는 법학자들과 사형 폐지론자들은 이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아직 답변이 주어지지 않은 숙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반 정부기관이 사형 폐지론 학자들의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효과론' 논쟁이 학교 담장을 넘어 일반 사회에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올해 뉴저지의 ‘사형제도 위원회’는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안 제정의 수순을 밟고 있다.

'효과론' 학자들, "감정적 대응 아닌 당당한 토론 하고 싶다"

그러나 사형제도가 살인범죄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다른 학자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겠지만, 사형제 폐지론자들에 의한 감정적인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에모리 대학 경제학과 폴 루빈 교수는 “어떤 과학자들은 진실을 찾는 것에서 비껴나 있거나 자신들이 방어하고자 하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토론 테이블 앉아서 우리가 제시한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한다면 얼마든지 응해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최근에 다시 벌어지고 있는 사형제 논쟁이 이번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사형제의 효과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연구방법에 하자가 없고 이때문에 자신들이 내린 결론은 흔들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하자가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급하게 내려진 결론을 받아 들일 수 없고, 특히 ‘한 사람을 강제로 죽여서 다른 사람을 살린다’는 ‘효과’론에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번에도 끝없는 학문적 도덕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논쟁의 깊이와 폭은 과거와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형제도의 헛점과 윤리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해온 사형제 폐지론자들에 맞서 사형제 '효과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실증적 연구자료가 토해내는 설득력이 만만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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