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81] 찢어지는 불체자 가정들…남겨진 자녀들 어찌하나 [print]

인권단체 "무분별한 체포 지양해야"…이민당국 "현행법 따를 뿐"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최근들어 이민국의 불체자들에 대한 체포 및 추방 사례가 늘어가면서 엉뚱하게 이들의 자녀들이 입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지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인 어린 자녀들은 집에 남겨지거나 데이케어 센터 또는 형편이 여의치 않은 친척집에 맡겨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민당국은 매사추세츠의 군납업체 가죽공장에서 일하던 361명의 불체자들을 체포했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자녀를 둔 여성들이었다. 이민당국은 당장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집에 없는 60명의 여성들을 풀어주었으나, 200여명은 구금센터에 넘겼다.


▲ 최근 불체자들에 대한 체포 사례가 늘어가면서 남겨진 자녀들의 생계와 보호 등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불체자 자녀들의 문제를 다른 <뉴욕 타임스> 3월 14일자.

그러나 구금센터에 넘겨진 불체자들의 자녀들 가운데 35명은 돌볼 여력이 없이 집에 남겨져 급히 동원된 지역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어떤 가정에 남겨진 간난아기는 탈수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시키기 까지 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집에 남겨져 있던 7세 어린이가 핫라인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전해듣고 이민당국에 엄마를 풀어주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시민 어린이들에게 왜 이런 일이…"

이번에 체포되어 텍사스 감옥에 구금된 불체자 엄마들 가운데는 자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설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민권자인 자녀들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서치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불체자 부모로부터 태어난 시민권자 어린이가 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뉴욕의 이민자 지원센터 헬레나 마퀴스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에이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시민인 이 아이들에게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엄마없이 지내야 하는 애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은 의회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생긴 희생자들이다"고 탄식했다.

불체자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이들을 돕는 사람들 조차 체포되어 자녀들과 생이별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텍사스 대학생인 루이샌나 샌티배네즈(23)는 현재 엄마가 18개월 동안이나 휴스턴 구금센터에 갖혀 있는 동안 푸드 스탬프 등으로 세명의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그녀의 엄마는 불체자가 아니라 불체자를 도운 혐의로 체포되어 추방 재판을 앞두고 있다. 15년 이상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해 온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차에 3명의 불체자 친구들을 태워 이송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추방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친구들이 불체자들인지도 몰랐고 이에 대해 물은적도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민당국이 남겨질 자녀들의 생계 및 보호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불체자들을 체포하여 불체자 가족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윌리엄 델라헌트 연방하원의원은 11일 의회가 불체자 체포 사건들에 대해 진상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당국 "불체자 체포 사전-사후조치 취하고 있다"

이민당국은 이같은 비난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당국은 현행법상으로 불체자가 싱글 부모나 가정의 생계를 전담하고 있다고 해서 추방을 철회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당국은 불체자를 체포하기에 앞서 그들의 자녀를 보호할 조치를 사전에 취하고 있으며, 체포된 뒤에도 인터뷰를 통해 자녀보호 문제를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불체자 체포에 앞서 주 소셜 서비스의 자료를 토대로 불체자들의 신상정보를 어느정도 파악하기는 하지만, 부모와 자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연방 이민 관세 당국(ICE)이 작년 5월이후 대대적인 체포작전에 나선 이후 체포된 불체자는 1만3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다른 이민 관련당국의 체포 사례까지 포함된다면 체포된 불체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당국의 불체자 체포로 졸지에 고아 처지에 이르게 된 어린이들을 위해 구호 단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텍사스, 콜로라도, 미네소타, 아이오와, 네브라스카, 유타 등의 정육공장에서도 1만 3000명이 체포되었는데, 이로인해 많은 어린이들이 집에 남겨지게 되면서 정육공장과 구호단체들이 긴급 구호에 나서기도 했다.

덴버의 가톨릭 구호센터는 덴버지역에서 체포된 160여 불체자 가족의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 우선적으로 집세, 전기세 등을 대신 납부하고 전화와 식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구호센터의 기론 신부는 2월 중순 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가정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지역 봉사단체, 교회, 이민자 옹호그룹은 서로 핫라인을 구성하여 부모의 체포로 집에 남겨진 자녀들을 돌보는 일에 나서고 있다.

판사에게 재량권 대폭 부여하는 이민법 제정해야

체포된 불체자 자녀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최소한 이들을 위한 이민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 지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문제 연구소 연구원 랜돌프 캡스는 "국토안보국은 법에 따라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법'에는 가족들의 권리를 고려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의회가 법을 개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연방히원의원 호세 세라노 의원은 불체자 추방 재판에서 판사에게 불체자 가정형편을 최대한 고려하여 판결하도록 하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하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1996년까지 미국 이민법은 불체자 추방 및 죄목에 대해 판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었으나, 이후 새 이민법 아래서 이같은 재량권이 대폭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현재 의회는 이민법 개정에 관련된 어떤 법안 통과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상하원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매사추세츠 이민 재난자 보호 연대(MIRAC)의 앨리 누래니 총무는 "우리는 나이어린 미국시민들을 부모없이 굶주림과 홈리스 상태로 살게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민법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려짐: 2012년 3월 16일, 금 7: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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