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인의 길 [print]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사랑의교회의 '온전함을 사모하는 성도의 영적 점검표'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예배, 공동체, 경건, 섬김, 삶의 현장, 일상생활의 여섯 개의 주제에 각각 5개의 질문이 있고 각각의 질문에 5점의 점수를 매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각각의 주제의 점수들이 만점에 이르면 정육각형이 완성되게 되어 있습니다. 정육각형이 완성되면 온전함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광인론으로 제자훈련에 몰입하게 만든 것을 이제 온전함으로 완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글을 이어가기 전에 여러분의 생각을 한 번 먼저 점검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정말 그 점검표를 사용하면 영적으로 온전해질까요.

네 순기능이 있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작정 신앙생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합니다. 자신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만들어 놓고 있는 편향된 기준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기준들이 있습니다. 일전에 제 글에서 소개했던 어떤 장로님처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회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교회의 일을 삶의 목표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런 영적인 점검표가 있었다면 훨씬 더 폭넓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열심히 최선을 다한 신앙생활을 했고 죽기까지 충성했으니 이제 주님이 주실 면류관을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는 자의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식의 영적 점검표는 바리새인으로 가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은 자기완성이 아니라 자기부인의 길이며 비움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에서 가장 해로운 것이 자부심이며 자기만족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목표지향적인 신앙생활은 바로 그 자부심과 자기만족을 충족시켜주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임에 틀림없습니다. 자부심과 자기만족의 종착역은 자기 의입니다. 결국 바리새인의 길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였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세리를 예로 드시며 비유를 시작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리새인입니까. 세리입니까.

망설여지실 것입니다. 바리새인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바리새인이 예수님으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았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세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제 삼의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의 비유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을 이 두 범주로 분류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세리와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자신이 일본 순사의 앞잡이 같은 세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자기인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바리새인이라고 답하지 못할까요. 왜 우리가 싫거나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세리라고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 이유를 잘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바리새인이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의롭다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기 집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과 그들이 예수님으로부터 수많은 저주를 듣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바리새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자 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에게는 사랑의교회의 영적 점검표와 같은 점검표가 있었습니다. 613개의 토라에 그 토라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울타리율법까지 더하면 2100개가 넘는 항목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그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다 지켰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레에 한 번 해도 되는 금식을 두 번씩 했고 십일조로 드릴 필요가 없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와 같은 채소의 십일조까지 드렸습니다. 바리새인들은 그렇게 영적 점검표를 완성해서 정육각형을 만든 정도가 아니라 그 바운더리를 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치명적인 영적 바이러스인 ‘자기 의’에 감염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비유에서 보는 것처럼 자기를 높이는 사람이 되어 의롭다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위선자라는 낙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가슴을 치며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런데 세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바리새인처럼 기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죄인이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리에게는 그러면 바리새인과 같은 영적 점검표가 없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은 다섯 살 이전에 토라를 전부 외웁니다. 울타리 율법 역시 모두 외우게 됩니다. 그런데 세리는 로마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문화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율법을 준수할 수가 없습니다. 세리가 자기 민족을 배반했기 때문에 자신을 죄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율법을 준수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세리는 바리새인은 물론 모든 유대인들의 영적 점검표인 율법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죄인임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러나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더욱 넘치게 되었”다는 로마서의 말씀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죄가 세리의 자기부족을 깨달아 알게 한 것입니다.
바리새인은 영적 점검표를 날마다 점검하며 자부심과 자기만족을 얻었습니다. 세리는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자기부족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그 결과를 예수님은 단호하게 선포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온전함은 자기완성이 아니라 자기비움이며 자부심과 자기만족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부족의 깨달음입니다.

저는 노숙자 선생님들에게 일주일에 몇 번 짜장면 사드실 수 있는 돈을 드리고 추운 날 외투와 목도리와 장갑과 사탕이나 초콜릿과 같은 비상용 먹거리를 사다드리면서 그분들을 내 집에 모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입양도 하지 못했습니다. 냉장고가 가득 차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일용할 양식만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나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일들이 저로 하여금 저의 한계를 깨닫게 함으로써 저의 부족함을 알게 해줍니다.

데리다가 말하는 ‘무조건적인 환대’, ‘조건 없는 용서’, ‘부채의식이 없는 선물’ 등의 개념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꼭 죄만이 우리를 자기부족으로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데리다가 말하는 것과 같은 ‘불가능성에의 열정’을 가질 때 우리는 자기부족이라는 영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기부족의 깨달음이야말로 인간이 온전함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의교회의 영적 점검표의 정육각형이 완성되더라도 그것은 온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영적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길이라는 사실을 그분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바리새인과 마찬가지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율법의 더 중요한 요소들을” 에둘러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요소들을 지키려했다면 자신들의 주변에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자기부족을 깨달아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천 년이 지난 오늘 한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리새인의 길입니다.
올려짐: 2021년 3월 25일, 목 7: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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