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둘러싼 '이상 신호', 가볍게 볼 일 아니다 [print]

[주장] 플레이스타일과 포지션, 나이에 맞게 조금씩 변화시켜야

(서울=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 토트넘 홋스퍼가 쾌조의 개막 2연승을 달렸지만 손흥민의 부상으로 마음껏 웃지 못했다. 22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서 토트넘은 전반 8분 델레 알리의 PK 결승골에 힘입어 울버햄턴 원더러스를 1-0으로 제압했다.

지난 16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EPL 개막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했던 토트넘은 산투 감독 부임 이후 쾌조의 리그 무실점 2연승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으며 산투 체제에 바라보는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날 손흥민은 평소와 달리 경기 내내 허벅지에 테이핑을 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손흥민은 중앙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71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간간이 돌파와 슈팅을 기록하긴 했으나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고 컨디션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후반 25분 해리 케인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손흥민은 테이핑 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 햄스트링 부상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부여하며 "경기 전 워밍업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 중엔 편안하거나 자유롭지 않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누누 산투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당장 답변할 수 없다. 손흥민은 워밍업할 때 이상을 느꼈고, 경기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신중하게 답변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부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부상 부위와 시점이 모두 미묘하다. 손흥민은 지난해 2020년 9월 뉴캐슬전-올해 3월 아스날전에서 경기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여 교체된 바 있다. 물론 앞서 당한 부상들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손흥민은 짧은 휴식 이후에 정상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한 바 있다. 만일 이번에도 손흥민의 부상이 햄스트링이라면 1년 사이에 벌써 3번째가 된다. 그동안의 선수생활 동안 고질적인 부상이 거의 없었던 손흥민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 근육으로 축구 선수들이 방향 전환이나 순간적으로 달리기를 할 때 갑작스레 근육을 사용하면서 부상이 많이 발생한다. 계속된 경기출전으로 선수의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다면 부상 확률이 더 높아지고, 한 번 발생하면 완치하더라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페르난도 토레스, 디에고 코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그리고 팀동료인 해리 케인 등이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던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공간침투를 주무기로 하며 경기중 순간적인 전력 스프린트 상황이 많은 손흥민같은 스타일의 공격수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상이다.

손흥민은 지난 7월 토트넘과 4년 재계약을 맺었다. 2025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게된 손흥민은 실력과 몸값 모두 팀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토트넘이 주포 케인의 이적설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울수 있었던 것도 손흥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케인의 몸상태와 이적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손흥민이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 토트넘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에이스 손흥민 부상은 치명타


▲ 토트넘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으로서도 주장이자 에이스의 손흥민의 부상은 치명타다. 대표팀은 23일 오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대비한 선수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9월 2일 이라크와, 7일에는 레바논과 홈에서 2연전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올해 3월에도 일본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아스널전에서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표팀 차출이 불발된 바 있고 당시 벤투호는 일본에서 0-3으로 완패하는 참사를 당했다. 그나마 당시는 평가전이었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본선행이 걸려있는 최종예선이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빠져도 문제지만, 차출하더라도 자칫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당시에도 벤투 감독은 부상 우려가 있는 손흥민을 대표팀에 차출하려다가 소속팀의 거부와 여론의 비판으로 소집이 불발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손흥민의 잦아진 부상이 그동안 누적된 혹사의 후유증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어슬레틱'은 지난 19일 전세계 축구선수들의 혹사를 언급하며 손흥민의 사례를 거론하여 눈길을 끌었다.

'디 어슬레틱'은 손흥민 혹사의 절정으로 꼽히는 2018-19시즌을 예로 들었다. 당시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53경기, 대표팀에서 25경기에 나서 총 78경기를 뛰었고, 이동거리는 무려 11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는 프로팀 일정만 언급되었지만 당시 손흥민은 비시즌에도 러시아월드컵 차출-시즌 중에는 병역혜택이 걸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등으로 쉴틈이 없었고, 시즌 후 휴식일은 고작 22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손흥민은 대표팀에 차출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약 10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빡빡한 스케쥴을 감당해야 했다. 손흥민이 만일 이번에 리그 일정을 마치고 국가대표팀에 소집된다면 A매치 2연전을 소화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나흘만인 9월 11일 열리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그전을 준비해야 한다.

'디 어슬레틱'은 "모든 축구선수들은 비시즌에 의무적으로 최소 4주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시즌 중간에도 2주 정도는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선수의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선수에게 가해지는 각종 부담도 부상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디 어슬레틱'의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 거짓말처럼 손흥민은 부상을 당했다.

이 시점에서 역대 대표팀 주장들의 사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지성-구자철-기성용 등 최근 3번의 역대 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던 선수들이 잇달아 30대 초반의 다소 이른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 모두 만성적인 부상과 체력부담이 대표팀 은퇴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손흥민도 어느새 대표팀 경력만 10년을 넘겼고 나이도 30대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은 부상이 아니어도 나이를 먹고 신체적 능력이 감소하며 기량이 급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제는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과 포지션도 나이에 맞게 조금씩 바꿔가야 할 필요가 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을 좀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전성기의 건강한 손흥민을 좀 더 오래 보고 싶다면 최근의 이상신호들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8월 23일, 월 10: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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