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eeklyfl.com :: “돈의 나라” vs "하나님 나라“

“돈의 나라” vs "하나님 나라“ [print]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중동이 나서서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의 대우는 “돼지만 보이지 않는다면 돼지의 눈이 아니다.” 이 말이 어렵다면 쉬운 말도 있다. 개 눈에는 X만 보인다.

윤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말이 시장의 자유다. 그는 시장의 자유를 자유의 전부로 인식한다. 그는 머리가 좋지만 상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자유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이다.

1940년 11월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1년 1월 6일, 연두 교서에서 그 유명한 '4가지 자유'를 언급했다.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이다. 세계 인권사상의 초석이 된 이 4가지 자유는, 1941년의 대서양헌장, 1942년의 연합국공동선언을 거쳐, 국제연합(UN)헌장의 인권조항이 되고, 1948년 12월 10일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전문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민주 국가를 하나로 뭉쳐 이 4개의 자유를 구현하는 세계를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이 경찰국가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된 근거가 되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런 자유의 의미를 모두 차치하고 오로지 시장의 자유만이 자유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세계관이 신자유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전체주의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정작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은 본인이다.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파시즘이다. 그래서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사고가 파시즘적이기 때문에 자신에 반대하는 이들을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눈에는 그것이 전체주의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문제가 되었던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구조적 위기를 보이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극복을 위한 대안적 담론이 활발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1997년 IMF 이후 도입된 신자유주의 체제를 옹호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엄청나게 비민주주의적이다. 이런 폭력성에 대해 포르투갈 출신이지만 라틴아메리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회학자인 보아벤투라 데 소우사 산토스는 ‘사회적 파시즘’으로 부른다. 윤 대통령이 불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를 우리는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검사로서의 그의 인생이 그를 독재자로 만드는데 더 중요한 몫을 차지했겠지만 그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가진 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본주의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이해라 할 것이다. 그의 장모와 아내가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회적 약자(여성, 정신장애인,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 가난한 무주택자, 동성애자, 이주자 난민, 노숙자 등등)에게 엄청난 ‘폭력’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신자유주의가 통제받지 않는 경우, 시장이 즉, 사회 자체가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마치 소모품처럼 ‘갈아 넣는’ 파시즘적 상황에 이르게 되고, 우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문명이 ‘희생의 체제’라는 가정 속에서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가 우려스러운 것은 그것이 국가 위주의 파시즘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을 대량학살했던 독일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소비주의와 불안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무한 경쟁 속에서 약자들을 눈에 안 보이게 배제하면서 사회 자체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윤 대통령이 사용한 “계층의 사다리”라는 말 역시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사회적 폭력은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고 파편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각자도생으로 만들고 약자들을 위계로 차별하여 억압하는 것을 질서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위계 서열적 차별을 사회적 정의로 여기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자본의 고삐가 풀린 급진적인 체제로서 과거 어느 시대와도 다른 폭력적인 사회를 구성한다. 2차대전 이후 1950년대에서 70년대 초반까지를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부르며 동시에 산업화 체제라고 한다. 즉, 현대는 산업화체제/신자유주의 체제로 둘로 나누어진다. 우리의 경우, 산업화 체제는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에 해당한다. 이 체제의 특징은 국경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 내부적으로 불평등이 존재했지만 노동자들이 근면, 성실하면 어느 정도 삶의 질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낙수효과가 어느 정도 존재했다.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지금과 같은 ‘배제’는 없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는 국경이 없어졌다. 그리고 산업에 비해 금융이 중요해졌다. 상품 시장 외에 자본시장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평등보다 배제가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자본이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우리 사회의 갑질이나 진상 고객이 만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질이나 교양부족 때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가 조장하는 사회적인 폭력의 일환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그것을 몸으로 겪으면서 그것을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매우 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한 마디로 “돈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돈의 나라”는 필연적으로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비인간화와 더불어 인간이 상품화 되고 소모품이 되어 가진 자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정의이며 그것을 폭력적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신자유주의 체제는 인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돈과 하나님을 부각시킨다. “돈의 나라”는 필연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소환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때 “하나님 나라”는 “돈의 나라”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폭력과 비폭력이 대조되는 것 역시 이와 동일한 현상이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았던 이스라엘을 떠올릴 수 있다. 이스라엘은 노예살이에서 탈출한 난민들이었다. 이들이 광야에서 겪은 절박함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상황이었다. 아사의 위기에서 이스라엘은 아무리 힘들어도 굶어 죽지는 않았을 이집트의 노예살이가 더 나았다고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 위기에 개입하신 하나님이 내리신 것이 만나다. 그들은 그것을 먹으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당연히 하나님이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회적 약자들의 광야다. 나는 이곳이 그리스도인들이 개입해야 하는 가장 좋은 시점이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들이 굶주린 이스라엘에게 내렸던 만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성체성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처럼 자신의 살과 피를 굶주린 사람에게 내어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자신의 살과 피를 이 시대의 난민들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내어줄 때 그들은 그것을 먹고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주인으로 삼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그런 그리스도인들과 하나님을 주인으로 선택한 사회적 약자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열릴 것이다. “돈의 나라”인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지옥의 한 복판에 “하나님 나라”가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주신 사람을 내가 한 사람도 잃어버리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올려짐: 2024년 5월 19일, 일 12:5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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