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본 진달래' [print]

분홍색 꽃이 예뻤네
저 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네
시들시들해지기 전에
떨어져 죽어 없어지기 전에

저 꽃을 내 눈 안에 넣어
내일 만날 그녀에게 줄 수 있다면 좋겠네 (15쪽, '아침에 핀 진달래' 모두)

여기, 태어날 때부터 강직성 사지마비 때문에 온몸을 꼼짝도 할 수 없었던 한 사내가 있다. 그 사내가 갓 태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부모는 잘 몰랐다. 그저 성장속도가 조금 늦는 줄로만 알았다. 근데, 이 사내아이는 한창 걸음마를 배울 나이가 되어도 꼼짝 않고 누워 지내는 간난 아기였다.


그때부터 그의 부모는 이 사내아이의 똥오줌은 물론 밥도 떠먹여 주어야 했고, 옷도 갈아 입혀야만 했다. 이 사내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이 있었던 열 살 무렵까지만 해도 제법 행복했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이 자랐으니, 속으로 우는 부모의 피울음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행복은 곧 깨지고 말았다. "한창 엄마 품에서/ 어리광 피울 나이에 고아원"으로 버려졌기 때문이다. 왜? "엄마와 아빠의 이혼 때문"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는 너무나 서러웠다. 그냥 죽고 싶었다. 하지만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으니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스팔트를 뚫고 돋아난 한포기의 풀

어쩔 수 없었다. 홍익재활원의 도움을 받으며 이를 악물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발가락 한두 개를 꼼지락거려 컴퓨터 좌판을 두드리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뇌성마비 1급 장애시인 박연복(32)이다.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건 아스팔트를 뚫고 돋아난 한 포기의 풀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꿈꾸었던 사회가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상국임을 압니다." - '책을 내면서' 몇 토막

지난 1997년, 첫 시집 '새들처럼'을 펴냈던 장애시인 박연복(32)이 7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 <아침에 본 진달래>(창일)를 내 놓았다.

이 시집은 제1부 '아침에 본 진달래', 제2부 '세상의 벽을 깨어라', 제3부 아카시아 꽃님', 제4부 어머니'를 포함 모두 4부에 130여 편의 시가 행간 곳곳에 그 어떤 한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마치 "이 한 권의 시집에는 지난 7년의 방황과 아픔, 사랑과 바람들, 그리고 저의 사상까지 한자리에 정리"했다는 그의 슬픈 고백처럼. / 오마이 뉴스 이종찬 기자
올려짐: 2005년 2월 08일, 화 8: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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