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eeklyfl.com :: "낮추고 사는 즐거움" 출간

"낮추고 사는 즐거움" 출간 [print]

자연의 딸로 돌아온 조화순 목사의 생명이야기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서 기억될 사람, 한국 기독교사를 통틀어 아홉 번째 여성 목사인 조화순(71) 목사의 <낮추고 사는 즐거움>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그가 13년간 목회활동을 했던 달월교회를 훌쩍 떠나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태기산 자락 750m 고지에 들어온 지도 벌써 10년.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 걸어온 삶과, 손수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서 여태껏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한 이야기를 <낮추고 사는 즐거움>에서 그는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은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는 곳. 본래 덕고산으로 불리었던 태기산(1261m)도 그저 평범한 산은 아니다.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했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산이다.

더 낮은 곳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그가 목회 일을 그만두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더 늦기 전에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그의 저서 <낮추고 사는 즐거움>에서 밝히고 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땅의 문제이고 환경의 문제이고 생명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자.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먹을거리 문제를 이야기하고 생명평등을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농촌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어릴 적 내 꿈이기도 했다." (37쪽)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여주인공 채영신처럼 살고 싶었다는 조화순 목사. 남사초등학교에서 3년간 교사 생활을 했을 때, 그리고 산업선교회와 인연을 맺기 전 농촌지역 목회 활동을 하면서 잠시 농촌계몽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다.

"어느 시점에서 떠난다는 것,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욕심을 버리면 그 또한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중략).. 일이 나를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을 떠나는 것, 그러나 그 떠남이 전략이어서도 안되고 허영심이어서도 안된다. 또 다른 일을 위한 떠남이어야 한다." (36쪽)

무엇보다 조화순 목사라 하면 도시산업선교회와 여성노동자들이 알몸으로 회사와 공권력에 저항하며 똥물을 뒤집어쓴 동일방직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여성 노동자들의 어머니였던 그는 동일방직 인천공장에서 6개월 동안의 노동자 경험을 시작으로 18년간의 산업선교 활동을 했었다. 그 당시 그는 교회가 아닌 노동 현장을 목회지로 삼은 셈이다.

그가 경기도 시흥시 달월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미국감리교단에서 선교사로 파견된 조지 오글(한국명 오명걸) 목사와 조승혁 목사의 방문을 받게 된다. 여자 노동자의 비중이 큰 인천 지역에 여자 목회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움을 청하러 온 것.

산업선교란 말조차도 생소했던 그에게 그들의 방문은 처음엔 달갑지 않았다 한다. 사흘간 끈질긴 그들의 설득으로 차츰 마음이 움직였고, 무엇보다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을 해야 해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말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다.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넷.

그가 산업선교회에 몸담은 지 6년 만인 1972년 당시 직원이 1300여 명에 달하는 큰 회사로 노동조합의 역사가 오래된 동일방직에서 최초로 여성노조지부장과 여성으로만 구성된 노조 집행부가 탄생됐다.

이제 그는 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흔하나. 그는 집 뒤로 난 산길을 산책하며 가끔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고 노래한 사무엘 울만의 '청춘' 이란 시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낮추고 사는 즐거움>은 2005년 2월 14일 초판 1쇄를 찍었다. / 오마이 뉴스 축약
올려짐: 2005년 2월 21일, 월 6:37 pm
평가: 0.00/5.0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