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얼마 전 만난 분도 나이가 들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의향이 없는지를 물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이나 경비와 같은 일들뿐인데 그런 일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귀농과 같은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노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비를 제외하고는 생각나는 일이 거의 없다. 지하철 택배와 같은, 할 수 있는 일도 터무니없이 인건비가 낮다.

최근에는 서울시 의회에서 시급 이하로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말이 좋아 일할 수 있는 기회의 창출이지 결국 노인들은 시급 이하의 돈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이런 일에서 비인간화를 읽어내지 못한다. 노인들의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열등하다. 더욱이 컴퓨터나 핸드폰 앱과 같은 것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일의 능률보다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할 사실이 있다. 노인을 무시하는 문명은 반드시 망했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인 학대나 폄훼는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처럼 노인들의 지혜가 소중하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노인들을 경시하는 태도는 인간성의 말살임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하루살이로 만들고 사회를 정글로 만드는 첩경이 된다. 그런 사회가 지옥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노숙자 선생님들을 늘 찾고, 그분들에게 한 끼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 돈을 드린다. 이 일의 의미는 단 몇 분이라도 그분들의 존엄을 되살려드리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막무가내로 돈을 내밀지 않는다. 내가 그분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도 싶은데 그래도 되느냐고 묻는다. 내 엉뚱한 질문에 그분들은 잠시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필요 없다고 거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이 가서 사드리지 않고, 돈을 드릴 테니 사드시라는 이야기를 하면 표정이 바뀌고 기꺼이 돈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돌아선다.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이해한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생명으로 풍성해지는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파괴하려고 오는 것뿐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더 넘치게 얻게 하려고 왔다. 나는 선한 목자이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린다.”

이 말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의미가 넘친다. 하지만 나는 늘 "생명"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생명의 의미를 나는 인간의 존엄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은 돈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가는 인간들을 생명으로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위 말씀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중요한 단어가 "양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양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양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처럼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생명으로 풍성해지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는 날마다 십자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성서해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산상수훈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았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최우선으로 했던 것은 그들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증거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그 일이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그리스도께 붙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었다.

나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이해하는 "구원"을 X에게나 주라고 말하고 싶다. '오직 믿음'은 그리스도인의 행위를 무가치하게 만들어 복음을 값싼 것으로 만들었고,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폭력을 낳았다.

오직 믿음은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그것은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주님의 양떼를 먹이는 것이며, 그 일은 생명을 말살하는 돈의 세상에서 생명을 얻고, 생명으로 풍성해지도록 인간의 존엄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선을 행하라는 것이 아니고 선한 목자이신 주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새로운 비전이 하나 생겼다. 노인들에게 젊은 사람들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체들을 만드는 것이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이고 노인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일에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젊은이들이 아니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인 젊은이들이다. 양들을 먹이는 젊은이들이며,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젊은이들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일자리는 모두가 평등해지는 곳이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곳이다.

오늘날 경쟁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모두가 평등한 곳에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되었다. 무언가 남과 다른 것,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것,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인간성 말살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생명을 앗아가고, 생명을 축소하게 만든다. 조금만 멈추어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 일을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스도교와 교회가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물가가 오르고, 돈은 점점 더 존귀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돈의 세상’이 된 것이다. 새삼 두 주인을 말하는 성서가 얼마나 예언자적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돈은 이미 그리스도인의 마음도 장악했다. 저축이 그리스도인의 덕목이 되었던 것처럼 주식투자 역시 그리스도인의 덕목이 되었다. 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인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날마다 무엇을 바라보는가. 그리스도라는 억지 주장을 할 것인가. 그것은 돈을 많이 벌어 십일조를 가장 많이 하겠다는 어리석은 "파리"(이솝 우화에 등장하는)의 주장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는 꿀에 빠져 죽을 것이다.

꿀처럼 맛있고 매력적이지만 빠져 죽게 만드는 ‘돈의 세상’에서 생명을 낳고 생명으로 풍성해지게 할 그리스도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이 찬양을 '새 노래'로 부르는 그리스도인들을 나는 정말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