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가족의 신학, 여섯 번째 이야기

(서울=뉴스앤조이) 정경일(전 새길기독사회원장) =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은 유가족과 그들 곁을 지켜 온 사람들의 공동체다. 예배팀은 어느 날 결성된 모임이 아니다. 참사 피해자를 기억하고 그들의 가족과 연대하면서 드린 예배와 기도회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어느덧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공동체다. 예배팀에는 유가족 순영 어머니, 시찬 아버지·어머니, 예은 어머니, 지성 어머니, 창현 어머니가 직접 참여하고, 그들 곁의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와 아내 조상미 씨, 희망교회 김은호 목사와 아내 윤현나 씨, 안산 시민 조선재 집사, '4·16합창단' 김진수 전도사, 최광훈 목사, 그리고 신학자 정경일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 유가족 곁을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이가 유가족 곁에 다가왔고 많은 이가 떠나갔다. 어떤 의미에선,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음은 늘 함께해도 10년을 몸으로 곁에서 함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떠나갔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세월호 이후'의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억 예배나 성탄 예배를 드릴 때면 반가운 얼굴 다시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리스도인의 조직된 행동이 필요할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4·16교회' 사람들은 안산만이 아니라 수원에도, 서울에도, 대구에도, 부산에도, 광주에도… 전국 어디나 있고, 해외에도 있다.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대단한 결의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무슨 결사(結社)처럼 단단하고 체계적인 관계도 아니다.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예배하기 시작한 후 거의 빠짐없이 노래 인도를 맡아 온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는 "우리는 되게 느슨한 관계잖아요. 저는 그게 참 좋아요. 가늘고 길게, 오래갈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느슨하다는 것은 서로에게 달라질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 어울려 함께 흔들리는 빈 들의 야생화들을 닮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그리스도인 유가족과 예배에 관한 신학적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 곁을 지켜 온 예배팀 사람들이 생각하고 경험해 온 예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한국교회의 예배, 무엇이 문제인가

조선재 / 한국교회엔 예배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나 연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내가 하나님의 좌표계 안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중세 시대 천동설처럼 나의 인생 좌표계 원점에 내가 있고, 하나님이 내 주위를 도는 거죠. 예배를 나 자신과 내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수단쯤으로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배는 하나님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거죠.

4·16 예배에서도 하나님이 주인공이 돼야 하고 그분이 중심이 돼야 하는 원칙은 유효합니다. 나는 예배를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한 스피커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늘 조심스럽습니다. 하나님이 '차선'이 되는 예배는 이미 예배의 정체성을 상실했다 할 수 있겠죠.

비단 한국교회에만 이런 기복적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에도 다 있더라고요. 그러나 한국교회 안에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교회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에 비해 인격적인 그리고 인문학적인 소양은 현저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현호 / 한국교회 예배의 총체적 문제 중 하나는 하나님을 너무 축소시킨다는 거예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지상명령이잖아요. 근데 교회의 사랑에는 '배제'가 있어요. 사랑 많고 품이 넓은 하나님을 축소시켜서 예배드리고, 세월호, 페미니즘, 동성애 관련 이웃을 배제하는 게 안타까워요.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이 설교할 때 '사랑하라'고 하지 '미워하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사랑을 하라면서, 이 사람들은 안 되고 저 사람들은 안 되고…. 예수님은 모두를 사랑하라고, 심지어 죄인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셨잖아요.

2014년 4월 16일 며칠 뒤, 그리스도인은 피해 갈 수 없는 부활주일이었잖아요. 1년 뒤에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부활절 예배의 온도 차가 너무나 달랐어요. 제가 일했던 교회에서는 2015년에 1년 전을 기억하면서 예배드리려고 했지만, 예배 시작 20분 전에 커트를 당했어요. 그리스도교는 기억의 종교이고,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면서 예배하는 건데, 한국교회가 도망갈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서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이들은 정치적인 거 싫다고 하는데, 과연 4·16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인 것으로 외면할 수 있는 사건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모습이 한국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이고 예배의 문제인 것 같아요.

박인환 / 한국교회 예배의 문제는 예배가 자기도취적, 자기만족적 카타르시스의 문화 행사가 되어 있다는 거예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아요. 말초신경적인 감성을 자극해 주면 은혜 받았다고 하고, 종교 언어가 너무 왜곡되어 있어요. 대형 교회들이 예배를 망쳤어요. 무슨 영성 세미나, 이런 델 가면 영성도 너무 감성적이고….

시찬 아버지(박요섭) / 예배가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도 문제에요. 박인환 목사님 말씀처럼, 정말 무슨 '행사' 같은 느낌이에요. 일요일이 돌아오면 의무적, 의례적 행사처럼 드리는 거죠.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어요. 본질을 찾아가고, 영성이 살아 있고, 말씀이 은혜로운 예배라면 성도가 믿음을 행함으로 표현할 거예요. 약자 곁에 서고, 잘못된 것에 대해 정의를 부르짖고,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일 거예요. 그게 살아 있는 예배의 시발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근데 그 시발점이 없으니까 나머지 것들이 다 무너져 버리는 거죠.

시찬 어머니(오순이) / 교회들의 예배에서는 '하나님 말씀대로 사랑해야 한다' 그런 것을 많이 강조는 하잖아요. 전에 교회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고 밖에서 보니까, 그 사랑이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사랑이었다는 거예요.

시찬 아버지 / 교인들끼리만의 사랑인 거죠.

박인환 / '자기들만의 리그'인 거예요.
시찬 어머니 / 교회 밖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을 안 써요. 오로지 교회 안에서, 다른 교회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교회 안에서, 같은 사람들끼리만의 사랑을 추구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창현 어머니(최순화) /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예배라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을 예배라고 부르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온갖 행사를 기획하고 만들어서 교인들을 교회 안에 머물게 하려는 시도도 문제인 것 같고요. 지난 3월 3일, 세월호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대구를 방문했는데, 누가교회 정금교 목사님이 "오늘은 '걷는 예배'를 택했다"고 하시면서 교인들과 함께 행진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에 공감이 되었어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행진했어요.

김은호 / 저는 교회는 '방주'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교회는 교회 안의 교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사회와 마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교인들에게, 교회에 오는 사람들이 교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이 교인이라고 이야기해요. 예배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해요.

저는 예배는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절대자와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죠. 근데 절대자와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에서, 하나님이 종교적인 범주에 갇힐 수 있는 분일까 생각하게 돼요. 그렇다면 과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 누구와 같이 계실까, 물어볼 수밖에 없죠. 저는 하나님은 착취와 억압이 있는 곳,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 늘 거기에 계실 거라고 믿어요. 그러면 예배는 고통의 현장에 계시는 하나님과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죠. 그래서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현장성과 당파성을 배우고 훈련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나님나라를 확인해야 한다고 보는 거예요. 예배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거라고 하는데, 그건 되게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하나님께 온전히 영광을 돌려야 하지만, 그게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예배의 목적이에요. 정말 가난한 이들, 눈물 흘리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예배라면, 그게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예배일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드리는 4·16 예배는 진정한 예배라고 생각합니다.

최광훈 / 한국교회의 예배를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까? 잘 모르겠어요. 근데 슬퍼하는 사람, 가난하고 피폐해서 혼자서는 일어나지 못하는 존재에게 다가가는 예배라면, 하나님이 미소 짓지 않으실까 추측하게 돼요. 오늘의 한국교회와 예배의 문제는 질문을 멈추게 만드는 거예요. 새로움을 받아들이게 하는 질문을 못 하게 하고, 자꾸 게을러지게 하는 예배는 예배라고 보기 어려워요. 그런 예배에서는 하나님이 조금 울상을 짓고 있지 않으실까 생각해요.

예은 어머니(박은희) / 얼마 전에 교회에 강사로 오신 어느 목사님이 "예수님이 답이다"라고 하셨어요. 굉장히 진솔하시고 정말 예수님 뜻대로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목사님이셔서 은혜가 되었어요. 그래도 마음 한편에 계속 걸리는 문제가 있었어요. 결국 교회 사람들의 복과 안녕에 예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예요. 제가 참사 딱 터졌을 때 제일 당황스러웠던 게, 내가 '전도사'인데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는 거였어요. 저번에 가족들이 그 얘기 되게 많이 했잖아요.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을 수가 없었다고…. 교회가, 예배가 그렇게 만든 거죠. 고난당한 사람을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복 받고 잘되는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 버리니까 고난당하는 사람들은 교회 안에 설 자리가 없어요.

그리고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의 복과 안녕만을 보게 되면 정작 하나님의 시선이 가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교회가 폐쇄적인 공동체로 되어 버리는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조화순 목사님은 "그 사람의 발이 가 있는 곳이 그 사람의 마음이 있는 곳이다"라고 하셨어요. 한국교회와 예배의 문제는 하나님이 시선을 두신 곳에, 하나님의 마음이 간 곳에 있지 않은 거예요. 우리가 교회 안에서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 얼마나 선하신 분인지, 백 번 천 번 온갖 미사여구로 고백할지언정, 그건 하나님의 근처도 못 가는 말들이에요. 정말 하나님의 관심이 뭔지, 그걸 살피는 교회가 되지 않으니, 예배가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자아도취로밖에 안 보여요. 스스로 그 안에 갇혀서, 말로는 열린 예배지만 굉장히 닫힌 예배고, 하나님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 있는 예배예요. 제가 교회에서 버티며 전도사로 일하고 있는 건, 박인환 목사님과 교인들 덕분이에요.

순영 어머니(정순덕) / 세월호 참사 일어나고 처음 교회 다닐 때는 교회의 문제점이 안 보였어요. 교회 다니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니까 다 한마음인 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노란 리본을 가져가 같이 달아 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달고 다녀요. 그래서 교회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유명한 목사님이 설교하시면서 "세월호 유가족이 왜 저러냐"며 말씀하는데, 그 순간 그 목사님이 아픈 사람 마음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한국교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수님은 억압받는 사람 도와주라고 그랬는데,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이 억압하는 자와 함께하는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 것처럼,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대제사장·율법학자들 같다는 걸 느꼈어요. 바울은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자식 잃고 너무 고통스러운데 "유가족이 왜 저러지" 하며 웃을 때 분노가 생기더라고요.

지성 어머니(안명미) / 저도 4·16 이후 교회의 모습에 비판을 많이 했죠. 제가 생각한 교회는 아픈 자를 위로하고 생명의 존귀함을 첫 번째로 꼽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습에 실망했어요. 정치를 떠나, 아픔이 있는 곳에 손이 닿아 있질 않은 거예요. 그동안 우리의 신앙은 추상적인 신앙이었지 싶어요. 이 큰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는 교회와 교인들은 눈먼 이들이라는 거죠. 교회의 민낯을 보노라니,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신앙 점검이 되더군요. 어떤 목사님이 "한국교회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제목으로 설교하시던데, 하나님의 마음을 닮지 않는 교회들은 무너져 내리는 것, 시간문제 아닐까요?

4·16 예배의 초기 기억

박인환 / 저는 처음에 진도 팽목항에 못 갔어요. 내가 내려가면 수요 기도회, 주일예배를 인도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내려갔어야 했는데, 용기를 못 낸 거예요. 그렇다고 제대로 일한 것도 아니고, 종일 멍하니 앉아 있으니까, 아내가 뭐 하냐고, 빨리 내려가 예은이 가족 만나야지, 뭐하냐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그래서 내려갔죠. 예은 엄마가 울면서 기도해 달라는데, 거기서 무슨 기도를 해요? 뭐라고 몇 마디 하긴 했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할 말이 없었던 거죠. 우리 교회 전도사인 예은 엄마에게도 할 말이 없는데, 다른 유가족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엄두를 못 냈어요.

그러다 감독회장이 유가족을 위해 감리교회가 할 일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해서, 예은 엄마에게 물어보니, 교회를 떠난 유가족을 위해 주일 오후에 예배드려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감독회장에게 의자, 테이블, 앰프 이런 걸 사 달라고 해서 예배를 시작한 거죠. 처음엔 우리 지방 목사들에게 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오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전국의 교회들에 부탁해서, 멀리서 교회들이 찾아오게 된 거예요.

제가 안산에 있는 목사이고, 또 유가족이 있는 교회 목사인데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게 너무 미안했는데, 그 길을 예은 엄마가 열어 준 거죠. 창현 엄마가 한번은 "처음에 우리에게 상처를 준 게 교회였는데 끝까지 곁을 지켜 준 것도 교회였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쨌든, 서투르고 미약하지만 함께하려고 했던 것이 이렇게 자라고 열매 맺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조금이라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물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시찬 어머니 / 우리는 영만이 엄마가 얘기해 줘서 왔어요. 영만이하고 시찬이하고 친구였거든요. 그때가 2015년 5월이나 6월이었을 거예요. 그전에는 일요일마다 계속 홍대입구로 미수습자 가족과 피켓팅을 나갔거든요.

박인환 / 처음에 예배 이름을 "찾아가는 예배"로 제가 지었어요. '분향소 찾아가는 예배'로요. 그 예배를 시작 안 했으면 세월호 운동에 발을 못 담갔을 것 같아요. 예배를 드리는 게 계기가 되어 그리스도인 유가족도 만났죠. 그리스도인 아닌 가족들도 만났고요. 어느 날 예배실에 앉아 있는데, 호성이 엄마가 들어오더라고요. 호성이 엄마는 불자예요.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세요?" 물으니, 위로받을까 해서 왔대요. 그 공간이 주는 힘이 있었나 봐요.

시찬 아버지 / 그땐 엄마 아빠들의 종교가 혼돈에 빠져 버렸어요. 자기가 믿던 하나님, 부처님의 위상이 흔들려 버렸거든요. 그래서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절도 가고 교회도 가고 성당도 가고 그랬어요.

어디에나 계시는 하나님을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가둬 버렸어요. 그래서 교회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참여를 꺼리게 된 것 같아요. 교회 안에서만 풍성하고 멋있고 화려한 예배에 익숙해져서, 진짜 필요한 곳에서 드려야 할 예배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고, 오히려 그건 예배가 아닌 것같이 느끼게 되어 버린 것 같아요.

박인환 / 안산에서 교회 다니던 아이들이 76명이고, 그 교회들이 37개라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어요. 그래서 그 교회 목사들 모여서 성명서라도 한번 만들자고 몇 목사에게 말했더니, 못 하겠다는 거예요. 안산 교회 목사들이 분향소에 와서 사람들에게 물도 나눠 주고 했는데, 그분들에게 특별법 서명을 부탁했더니, 그건 또 못 한다는 거예요. 앞과 뒤가 다른 거예요. 차라리 물 나눠 주는 것도 하지 말든가….

시찬 아버지 / 초기에 신학생들의 헌신이 있었어요. 그 헌신에 뿌리를 두고 가족들이 나무가 된 거예요. 우리가 흔들릴 때 그 옆에서 든든하게 버텨 준 그들이 없었다면 그리스도인 가족은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때 예배는 자갈밭에 뿌려진 씨앗 같았어요. 자갈밭에 흙이 없을 때 흙 같은 존재가 되어 준 게 신학생들이고, 우리가 거기에 그나마 뿌리를 내리고 작은 나무로 자랄 수 있었던 거죠. 저는 목사님들보다 신학생들에게서 더 위로를 받았어요. 그 순수함 때문에요. 공감 능력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신학생들은 우리가 울기도 전에 먼저 우는 거예요. 목사님들은 냉철하게 판단하고 수습하려고만 했는데, 신학생들은 그냥 우리 옆에서 같이 울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신학생들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박인환 / 한국교회 목사들은 장례 치른 것으로 자기 의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유가족에게 무슨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곁에 한 사람으로 서 있어 주는 거, 그것만 생각했어요.

4·16 예배는 어떤 예배인가

조선재 /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과 진리로 예배하라고 하셨잖아요. 적어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배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배란 진리를 진리로, 진짜를 진짜답게 대접해 드리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참되신 하나님께 마음 중심으로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 드리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예배는 그분과의 직접 관계뿐 아니라 이웃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예배의 바탕이라 생각합니다.

4·16 예배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모든 예배의 본질은 동일하니까요.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잖아요. 저는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지금 이 순간도 예배라고 생각해요. 영과 진리로 예배한다고 할 때, '진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어 성경을 보면 그냥 truth, '진실'이에요. 예수가 진짜야, 그분이 창조주야, 우주를 운행하시는 분이야, 진짜야, 그분이 십자가에서 죽었다 다시 살아나시고, 지금도 성령을 보내 주시고, 그게 다 진짜야, 참이야, 우리는 이러한 진실들을 확신하는 증인인 거잖아요. 우리도 예배에서 4·16의 진실을 구하는 것이고요. 저는 그리스도인은 참과 거짓에 대해서는 결벽증 있는 것처럼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도 많은 이들이 참과 거짓에 무관심하고, 자기한테 이익이 되면 참이고, 불이익이 되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게 문제예요. 세상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예수를 믿는 사람들마저 똑같이 참과 거짓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너무 만연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4·16 예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참과 진실에 대한 갈급함입니다.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큰 메시지죠. 우주의 창조와 운행의 진실, 진리 된 예수님, 그리고 세월호의 진실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4·16생명안전공원'에 방점이 있어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하던 안산으로, 생명안전공원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바벨론에서 돌아오듯 안산으로 '컴백홈' 하는 것, 그게 우리 예배의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창현 어머니 / 4·16 예배는 참여자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일정한 내용을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서 좋고,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장현호 / 저도 4·16 예배는 평등한 예배라고 생각해요. 그게 되게 신선한 것 같아요. 저는 장로교 통합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따라 부흥회도 참석하고 전통적 예배를 많이 경험했어요. 그런데 4·16 예배에서는 따로 말씀 선포가 없는 것을 경험하면서 예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우리 예배의 자유로움이 신선해요. 예전도 중요하지만,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 초기에 유가족이 성경 읽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한두 번 찾아갔어요. 그때 성경을 읽고 생각한 것을 나누시면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말씀 묵상 내용이 달라졌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4·16 예배가 유가족 어머님, 아버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하고, 예수님의 고통을 계속 알아 가고 체험하게 하는 것 같아요. 엄청난 팀이 와서 찬양하면서 눈물 콧물 흘리게 하는 그런 예배는 아니지만, 고난받는 상황에서 조용히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고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예배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부모님들 따라 그냥 예배드리는 거예요. 부모님들이 먼저 닦아 놓은 길을 저희는 따라가면서 그분들 말씀 듣고 함께하는 것 같아요. 제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니까, 어머님·아버님 마음을 예배를 통해서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아프실까…. 그 가운데 하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래서 도망가지 못하고 계속 옆에 붙어서 예배를 드리는 것 같아요.

4·16 예배는 세상에 고난받는 이들에게 계속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도 이렇게 예배드리고 있다, 이렇게 연대하고 있다, 이런 예배가 있다, 말하면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과도 연대하고 있는 거잖아요. 4·16생명안전공원 들어서도 계속 모여서 예배드릴 것 같아요. 이미 공동체가 되고 가족이 되었으니까요.

지성 어머니 / 4·16 예배의 메시지는 아픔이 있는 예배의 모습인 것 같아요. 컨테이너에서, 들판에서, 형식에 매이지 않고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참여가 된다는 거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예배를 10주기가 되도록 드리는 거, 쉽지 않은 모습이고, 이제는 내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일부분이죠. 4·16 예배의 디딤돌이 우리 아이들이 돌아와 세상에 생명 존귀를 외치는 장소가 되길 간절히 바라요.

김은호 / 저는 4·16 예배의 중심 메시지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농부가 봄이 되면 씨를 뿌리고 여름이 되면 김을 매고 가을에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도 진실이 밝혀지고 4·16생명안전공원이 기어이 세워질 것이라 믿으며 기다리는 거죠. 또한 우리는 그냥 예배만 드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다림이 아니라, 늘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삭발도 하고… 그 모든 것을 다 감내하고 노력하면서 기다리는 것, 그게 우리 예배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신앙의 사람들이 모이지만 예배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고 하나가 되는 거예요. 이 기다림과 연결로 우리가 예배에서 공동체가 되었던 것 같고 현장성도 갖게 된 것 같아요.

최광훈 / 4·16 예배의 중심 메시지는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지속에 대한 치열함인 것 같아요. 사실 떠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예배가 계속 있다는 건 굉장히 치열하게 뭔가를 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은 어머니 / 의외로 저희 가족이 예배를 통해서 찾으려 했던 것은 '하나님'이에요. 하나님은 왜 침묵하셨고, 아직도 침묵하고 계시는가, 물으면서요. 신비한 것은,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바깥에서 전능하게 진두지휘하며 참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얼핏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죠.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는 게 없으니까, 계속해서 끝까지 씨름하게 되는 거예요. 도대체 하나님은 우리를 왜 이런 불안전한 세상에 태어나게 하셔서 여전히 이 싸움을 멈추지 못하게 하시는 걸까? 이 상황에서 도대체 뭘 어찌하라는 것인가? 그러한 질문은 하나님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요. 창현이 엄마나 시찬이 아빠나 교회를 완전히 버린 듯하지만, 그래도 계속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니까 질문하며 씨름하는 거잖아요. 4·16 예배의 중심은 하나님이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살길 원하시는지 응답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거예요. 예배를 통해 우리가 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나님이 해 놓으신 결과는 믿음이 안 가지만,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예배를 통해 다지게 되는 것 같아요.

순영 어머니 / 4·16 예배는 예은 엄마가 첫 주일을 지켰고, 제가 두 번째 주일에 간 걸로 기억해요. 초기에는 예배가 갈급하니까 다니게 된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가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서 교회에 갇혀 예배하는 것보다 빈 들에서, 광야 같은 거기서 예배드리는 게 너무 좋아요. 또 유가족,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좋아요.

김은호 / 예배를 시작할 때 부르거나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 그 모든 노래가 예배를 예배가 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장현호 선생님의 음악은 4·16 예배의 또 다른 인도자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요.

최광훈 / 저는 예배 안에서의 음악이 나의 날카로움을 조금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에게 집중하도록 보듬어 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많이 날 서 있을 때면 하나님이 안 보일 수 있으니까요. 노래가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고,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은 어머니 / 저는 처음엔 예배 시간에 찬송가 외에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게 굉장히 마음에 걸렸어요. 분향소에서 예배할 때도, 그곳에서의 예배가 끝날 때까지도, 그게 참 깨지기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조금 문을 열 수 있게 된 데는 장현호 선생님과 길가는밴드 노래들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주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도대체 부를 찬양이 없는 거예요. 왜 그렇게 '바다'가 나오는 찬송이 많은 거예요? 그리고 다 지켜 준다는 이야기만 있으니까, 그것도 저희와는 맞지 않아요. 고난의 현장과 맞는 노래가 없어요. 그래서 4·16 예배에서의 음악은 '지켜 준다'고 하는 약속의 노래보다는 우리의 상황에서 하나님한테 호소하는 그런 노래를 고르게 된 거 같아요. 그런 노래를 부르면서 저희가 하지 못한 기도를 음악을 통해서 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 음악은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에게는 그냥 기도예요. 오늘 부른 '화인'도 우리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잖아요. 우리의 상황과 맞닥뜨리는 노래를 부르면 누군가 나를 공감해 주는 느낌이 들어요.

창현 어머니 / 매달 반별로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그 시간이 4.16 예배의 가장 대표적인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구름의 선율을 보여 주는 음악을 선사해 감동적이에요.

조선재 / 처음 분향소에서 예배드릴 때, 기존의 찬양집을 사용하려 했는데, 유가족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분향소 예배용 찬양집을 편집했는데, 감사, 은혜, 영광, 행복, 사랑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 노래들을 빼니까, 이렇게 두꺼웠던 책이 홀쭉해지더라구요. 시편의 탄원시를 가사로 한 노래들 말고는 유가족과 함께 부를 노래들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전통적 교회만 다니던 사람이라 운동권 노래도, 떼제 노래도 잘 몰랐어요. 그런 노래들이 처음에는 잘 적응이 안됐지만, 4·16 예배엔 기존 찬송들보다는 그런 노래들이 정서에 맞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하나님이 유족들의 마음을 만져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치유에 관한 노래들에 집착했는데, 치유라는 게 결코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너무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노래해 왔구나 싶었죠.

예은 어머니 / 참사 초기에 안산의 대형 교회들에서 가족들 위로하고 치유한다고 찬양 집회를 엄청 많이 했어요.

정경일 / 거길 가셨어요?

예은 어머니 / 우리는 안 갔어요. 그때 막 서명받으러 다닐 때였고…. 차라리 그 사람들 모였을 때 서명받아 준다고 했으면 갔겠죠.(웃음)

지성 어머니 / 교회에서 음악회로 위로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 위로받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찬송에서 위로받지 못해,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다녔거든요. 우리의 노래니 거부감은 없지만, 예배에 찬양이 없으니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합니다.

장현호 / 그런 치유 찬양 집회에 온 유명 CCM 가수들은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자기들이 불렀던 노래를 그대로 불렀을 거예요. 고통의 감수성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저는 기존의 찬양이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걸 경험해요.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님을 따라 사랑해야지"라고 하면,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은 누구일까, 생각하게 돼요. 이게 노래의 양면성인 것 같아요. 같은 노래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이런 찬양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기도회 같은 데서 하게 되면, 사람들이 되게 놀라요. 알던 노래인데, 다른 상황에서 부르게 되니 이게 말이 되네, 그런 분위기에요. 아, 내가 사랑해야 하는 이웃에는 4·16 유가족들이 있구나, 동성애자들이 있구나… 하면서요. 같은 노랫말의 의미가 바뀌는 거죠. 아까, 한국교회의 예배가 하나님을 축소시킨다고 말씀드렸는데, 노래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예은 어머니 / 장현호 선생님은 언제부터 현장에서 노래 부르기 시작하셨어요?

장현호 / 재능교육 투쟁 때부터요. 원래는 '부흥한국'이라는 팀에서 음악 사역을 7년 동안 했다가 '코드셋'이라는 팀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는데, 이 코드셋이 강정마을 평화운동에도 관여하고 하면서 현장과 연결되었어요. 저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는데, 재능교육 투쟁에서 노래를 처음 하게 되고, 노래를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지금의 길가는밴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4·16 예배의 미래

2018년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늦어도 1~2년 안엔 완공될 거라고 예상했다. 늘 예배드리던 곳은 임시로 거쳐 갈 장소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거기서 햇수로 7년을 보냈다. 이젠 그 장소에 정이 들었을 정도다. 드디어 올해 가을에는 4·16생명안전공원이 착공될 거라고 하지만, 수없이 배반당해 온 유가족은 안심하지 못한다.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4·16생명안전공원을 세우겠다는 의지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드리는 예배를 준비한다는 장소적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된 후에도 가슴이 부서진 이들의 예배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4·16 가족과 그리스도인의 예배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까?

최광훈 / 앞으로 4·16 예배가 어떤 예배여야 할까… 미래의 방향성은 잘 모르겠지만, 고인 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이면 썩잖아요.

예은 어머니 / 저희가 생각하는 패배는 멈추는 거예요. 그래서 예배를 통해서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질문을 끊임없이 계속 던지는 예배가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 순간까지요. 기존의 예배에서는 자꾸 뭔가를 재단하고 가두고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접점을 잃는 것 같아요. 아까 김은호 목사님이 주파수를 맞춘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우리의 예배에서는 하나님과 주파수를 맞추면서 아이들을 만날 때까지는 계속 가야 할 것 같아요.

시찬 아버지 / 저는 우리 예배가 지금 모습 이대로면 좋겠어요. 우리 예배에서 지금처럼 하나님을 만나고 아이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더 바라는 게 없어요. 이대로 좋아요.

시찬 어머니 / 저도 지금 이 상태가 좋아요. 그냥 이대로 계속 가면 좋겠어요.

박인환 / 담임목사도 없이 서로 모여서 이렇게 예배드리지만, 사실 세월호 교회가 된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예은 엄마가 안수받아 목사가 되어 세월호 교회 목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예은 엄마가 학습 능력도, 신학적인 기초도 탄탄하거든요.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대요. 저는 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이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대단한 '교회'가 되었어요.

김은호 / 저는 저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장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방식이 예배를 지속해서 드리는 거예요. 앞으로 4·16 예배가 가야 하는 방향도 끊이지 않고 지속하는 것, 4·16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그 예배와 정신과 가치는 또 다른 현장으로 지속되면 좋겠어요.

지성 어머니 / 지금은 목표가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이지만, 미래에도 끝까지 가지 않을까요? 지금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조선재 / '저항'이라는 말은 늘 전치사 'against'를 동반하잖아요. 무언가에 맞서는 대상이 있는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와 '저항'이라는 말에 교집합이 있나 고민이 됐어요. 생각해 보면, 옳지 않은 것, 불의한 것처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저항도 예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시기에 당신의 교회 공동체에도 참되고 바를 것을 기대하시고 불의와 악에 맞서고 목소리 내길 바라신다고 생각해요.

4·16 예배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워져 가고 있는 것들을 기억하는 것, 그것도 일종의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역사지만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더욱더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확신해요. 바라기는 4·16 예배가 앞으로 더 확장되어서, 다른 고통받는 이웃의 손을 잡아 주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4·16의 손을 잡아 준 선한 사마리아인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잖아요. 이젠 우리가 손을 내밀 차례가 아닌가 싶어요.

창현 어머니 / 고정된 형식이 아닌 열린 예배로, 현장성이 살아 있는 예배가 되면 좋겠고,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며 약자들에게 더 열린 예배면 좋겠어요.

장현호 / 저는 예배 자체가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저항의 대상은 정부일 수도 있고, 시민일 수도 있고, 또 하나님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답을 주시지 않고 계시니까요. 우리와 예배를 함께하다 떠나는 분들도 있지만, 또 채워지는 모습을 보기도 해요. 저는 5·18은 잘 몰라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제가 살아 있으면서 모든 과정을 목격한 참사예요. 지금은 그 유가족 곁에 머물러 있고요. 그래서 제게는 4·16 예배가 더 귀한 것 같아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가 모자이크처럼 만나고, 아이들도 함께 예배하고, 그게 위로가 되고 조금씩 채워지는 것 같아요. 또 우리는 되게 느슨한 관계잖아요. 저는 그게 참 좋아요. 가늘고 길게, 오래갈 수 있을 테니까요.(웃음)

에필로그 "고통받는 자의 신학"

이 연재의 씨앗은 지난해 4·16 가족과 그들 곁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쓴 ＜포기할 수 없는 약속＞(새물결플러스) 중 다음의 글이었다.

"세월호 참사 후 그리스도인 유가족은 당신들끼리 성서 공부를 했고, 신학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한번은 예은 어머니가 유가족이 읽으면 좋을 '조직신학' 책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서, 몇 권을 소개하고 두툼한 한 권을 보내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자신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 같다는 반응이었고,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때 신학자로서 내가 해야 할 과제를 하나 가슴에 새겼다. 그것은 유가족 곁에서 고통의 메아리로 공감하고 공명하면서 고통 앞에서 옳게 증언하고 응답하는 '고통받는 자를 위한 조직신학'을 써 보는 것이다." (정경일, '아픔의 빈 들에서 교회의 탄생을 보았다' 중에서)

이 글을 읽고 ＜뉴스앤조이＞ 기자가 '고통받는 자를 위한 조직신학'을 연재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해 왔다. 신학자로서 언젠가는 꼭 시도해 보고 싶었던 과제라 가슴이 움직였다. 하지만 내게 '고통받는 자'는 너무 '추상적'이었다. 내게 '구체적인' 고통받는 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그리스도인 유가족이었다. 또한 내 신학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자신이 없었다. 유가족 곁을 지켜 오면서, 나는 '신학을 주는 자'가 아니라 '신학을 얻는 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삶의 투쟁에서 직면하고 항의하고 씨름하며 들려준 신앙의 이야기들은 내가 탐구해 온 그 어떤 신학보다도 더 생생했다. 그것은 '고통받는 자를 위한 신학'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서 화산처럼 분출해 나오는 '고통받는 자의 신학'이었다. 그래서 나는 '4·16 가족의 신학'을 경청하는 자, 기록하는 자가 되기로 했다. 유가족의 신학을 경청하고 기록할 때 내게 나침반이 되어 준 것은 욥의 다음과 같은 탄식이었다.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욥기 19:23-24)

내게 고통 앞의 신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통 속에서 하나님에 대해, 하나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절규로, 때로는 침묵으로 가르쳐 준 사월의 엄마와 아빠들, 우리 시대의 '욥'들인 그들 '4.16 신학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