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주지사 해임 위협… 이민자 단체 "주민 가치 배신"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오렌지카운티 제리 데밍스 시장이 론 디샌티스 주지사로부터 직무 정지와 해임 위협을 받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협정 수정안에 "극심한 압박과 항의 속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데밍스 시장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자신과 카운티 위원들을 해임하고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할 가능성이 컸다고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해임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서명

데밍스 시장은 지난 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망할 서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 수정안은 카운티 교정국 직원들이 ICE 구금자를 수백 km 떨어진 연방 구치소까지 수송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언제든 나와 카운티 위원들을 해임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거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데밍스 시장과 6명의 카운티 위원들은 지난 7월 15일 이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지만, 오는 5일 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카운티 변호사 제프 뉴턴은 수정안을 거부하면 주지사가 위원회 전원을 직무 정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사 및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 법무장관 제임스 우트마이어는 서면으로 보낸 경고장에서 카운티의 이송 거부가 "연방 이민 집행을 돕기 위한 최선의 노력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주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데밍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실제로 자신을 해임할 계획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정보는 없다"면서도 "다만 관계들이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1981년 올랜도 경찰로 입직해 올랜도 경찰서장, 오렌지카운티 공공안전국장, 카운티 보안관을 거쳐 시장이 된 인물이다.

이민자 단체 "주민 가치 배신"

정부 법률 전문가인 클리프 셰퍼드 변호사는 데밍스 시장과 카운티 위원들이 직면한 해임 위협이 실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과거에도 낙태·성별 전환 치료 관련 법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서명한 힐즈버러카운티 검사 앤드루 워런을 해임했고, 마약·총기 범죄 기소가 미흡하다고 지적된 오렌지-오시올라 검사 모니크 워렐도 해임했다"며 "이 같은 전례를 보면 결코 공허한 위협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셰퍼드 변호사는 또 "현 플로리다 대법원은 대부분 디샌티스 주지사가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주지사가 법적 도전에서 패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데밍스 시장의 결정은 이민자 옹호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애포카 소재 이민자 지원단체 '호프 커뮤니티 센터'의 펠리페 소우사-라자발렛 전무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압력에 굴복한 결정"이라며 "오렌지카운티 주민들이 소중히 여기는 존엄, 포용, 공동체의 가치를 배신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결정으로 데밍스 시장은 악명 높은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를 포함해 ICE 구치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에 동조하게 됐다"며 "이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올랜도 센티널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