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자 위치 추적 불가·가족과 단절…“헌법적 권리 침해”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에서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연방 규정을 피하기 위해 교도소를 전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가족과 변호인들은 구금자의 위치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어 가족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법적 절차를 지연시키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수용시설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플로리다 주정부와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헌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불법적 관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올랜도 센티널이 2일 보도했다.

피해자들 “위치 몰라 두려움 극심”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최근 과테말라 출신 남매 4명이 오렌지카운티 교도소에 구금됐다가 밴에 태워져 몇 시간 동안 이동한 뒤 다시 같은 교도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72시간 구금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교도소를 옮겨 다녔으며, 돌아올 때는 수감번호까지 바뀌어 있었다. 변호인 워커 스미스는 “가족과 변호인 모두 이들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며 “수감번호를 변경해 의도적으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바 출신 미카엘 보레고 페르난데스도 세미놀카운티, 오렌지카운티, 피넬라스카운티 교도소를 전전하다 결국 에버글레이즈의 새 구금시설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에 수감됐다. 그의 어머니 야네이시 페르난데스 실바는 “아들이 교도소마다 옮겨 다니면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전화가 유일한 단서였다”고 말했다고 <올랜도 센티널>은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구금자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며 극심한 공포를 호소한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의 아내는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3일 동안 남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잠도 못 잤다”며 “남편은 밴에 실려 어딘가로 이동했다가 다음 날 오렌지카운티 교도소로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수감번호가 바뀌어 교도소 검색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콜롬비아 출신 여성은 18세 아들이 플로리다 서부 교도소로 옮겨진 후 며칠간 연락이 끊겼다고 증언했다. 그는 “아들이 미성년자에 가까운 나이인데 성인 수감자들과 함께 구금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아들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건 부모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라고 말했다.

구금과 이동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민자 권익 변호사 미치 곤잘레스는 “이동 중에는 수갑과 족쇄를 차고 때로는 허리까지 체인으로 묶인다”며 “음식과 물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교도소에서는 하루 세 끼 식사와 물이 제공되지만 이동 중에는 그런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정부 “ICE, 인권·재정 부담 모두 전가”

플로리다 주정부와 카운티들은 ICE의 정책이 재정적 부담과 인권 침해를 동시에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는 하루 수감자 1명당 145달러가 소요되지만 연방정부로부터는 88달러만 보전받는다. 수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카운티 예산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오렌지카운티 교정국 루이스 키뇨네스 국장은 “ICE가 제때 이민자를 인수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부담이 카운티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피넬라스카운티 보브 과우티에리 보안관도 “ICE가 수용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구금자들을 어디에 둘지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ICE는 “플로리다 내 7곳의 IGSA 교도소만으로는 수용 인원이 감당되지 않는다”며 “지방 교도소들이 더 많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연방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플로리다 이민단속위원회는 “ICE가 미등록 이민자 구금을 강화하면서도 수용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아 현장이 마비되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구금자와 그 가족에게 전가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곤잘레스 변호사는 “이민자 구금자들이 무기한으로 교도소를 전전하게 되면 법적 절차가 사실상 마비되고 인권 침해는 구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