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 카메라로 경찰 폭력 고발…조사 착수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에서 흑인 대학생이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차량 내부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히면서, 해당 경찰에 대한 내부 조사가 시작됐다. 영상은 경찰 보고서에 누락된 폭행 장면을 명확히 담고 있었고, 법률 전문가들과 경찰 관계자들은 차량 내 카메라가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2025년 2월 19일, 윌리엄 맥닐 2세가 빗속 운전 중 헤드라이트가 꺼져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정차당하면서 발생했다. 맥닐은 차 안에서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물었고, 몇 초 뒤 경찰이 창문을 깨고 그를 운전석에서 끌어낸 뒤 머리를 가격했다. 이어 맥닐은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여섯 차례 더 맞았다.

당시 작성된 경찰 보고서에는 "용의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제압했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었고, 머리를 때린 사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맥닐이 자신의 대시보드에 설치한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지난달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잭슨빌 셰리프국은 곧바로 내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재까지 형사 고발이나 민사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영상 없었으면 묻혔을 사건”

시민권 변호사 벤 크럼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본 것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운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 장면"이라며, "영상이 없었다면 우리는 단지 경찰 보고서만 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닐의 또 다른 변호사 해리 대니얼스는 "이번 정차는 인종차별에 기반했고, 그 이후 모든 대응은 불법이었다"고 주장했다.

맥닐은 이 사건으로 뇌 손상, 치아 파손, 입술 봉합 등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정신적 충격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T.K. 워터스 잭슨빌 보안관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맥닐에게 "차에서 나오라"는 지시를 여섯 차례 이상 했으며, 사건 후 차량 내부에서 칼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맥닐 측이 공개한 영상에는 그가 어떤 물체에도 손을 대지 않았으며, 다른 경찰관의 보고서에도 맥닐이 양손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AP는 전했다.

전 뉴욕경찰(NYPD) 중령 크리스토퍼 메르카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운전자는 차량 내부 카메라를 활용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며, "바디캠은 시야가 좁고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결정적 장면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학교 범죄학과장 로드 브런슨 교수도 "경찰과의 접촉을 촬영하는 것은 시민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브런슨 교수는 지난 20년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흑인 청년들을 인터뷰하며 경찰 폭력 문제를 연구해왔다. 그는 AP통신에 "대부분 시민은 경찰과의 접촉이 정중하고 평화롭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영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