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학교 평가 기준 논쟁 재점화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중앙플로리다지역 고등학교들이 사상 최다 A등급을 기록했지만, 실제 학생들의 학업 성취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정부의 학교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올랜도센티널>에 따르면 올해 오렌지, 오세올라, 세미놀, 레이크 카운티 등지에서는 32개 고등학교가 A등급을 받았다. 2023년 11개였던 A등급 학교 수는 2024년 23개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또 다시 급증했다.

그러나 일부 A등급 학교에서는 절반 이상의 학생이 핵심 과목인 수학과 언어(English Language Arts) 시험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성적을 냈다. 일례로 올해 처음으로 A등급을 받은 오렌지카운티내 에지워터 고등학교는 언어 시험 통과율이 58%, 수학 과목(대수 및 기하) 통과율은 50% 미만이었다.

학교의 시험 통과율은 낮은 데 A등급은 어떻게 받은 것일까?

현재 플로리다의 학교 등급 평가는 시험 통과율 외 몇몇 요소를 참고하며, 특히 학생들의 ‘학습 향상도(learning gains)’가 상당히 반영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즉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전년도 대비 점수가 개선되면 학교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학습 향상도 측정은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치이다. 오시올라 카운티 교육위원 앤서니 쿡은 "학습 향상도는 교사와 학생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포인시아나 고등학교는 1991년 개교 이후 올해 처음으로 A등급을 받았다. 이 학교는 학생의 85%가 경제적 취약계층이며, 언어 시험 통과율은 54%에 불과했다.

전 플로리다 주지사 제프 부시의 주도 아래 1999년 학교 평가 등급제(A부터 F까지)를 만든 교육 재단은 더 엄격한 평가 시스템 도입하고 싶어한다. 재단의 선임 입법 담당자 네이선 호프만은 “학교 평가 점수 계산의 목적은 모든 학교가 A를 받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성과를 신뢰할 수 있고 정직하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에서 A 등급을 받은 학교들은 주 시험 통과율만 적용할 경우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세미놀 카운티에서 매년 A등급을 기록하고 있는 헤거티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76%가 언어 시험에 합격했다. 위에서 예를 든 에지워터 고등학교는 합격률(58%)만 따지면 등급이 A보다 낮아지게 된다.

주 전체적으로 볼때 28개 학교가 언어에서 학생의 절반 이상이 시험 성적 미달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A 등급을 받았다. 또 56개 학교는 수학에서 학생의 절반 이상이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등급을 받았다. 10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두 과목 모두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학교들의 높은 등급은 플로리다의 학교 평가 기준이 너무 관대하다는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 매체는 학습 향상도가 포함된 평가는 학교 등급이 학생들의 실제 학업 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며 한 교육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전 팜비치 카운티 교육위원회 위원이자 흑인학생권리연합 대표인 데브라 로빈슨은 "학습 향상도로 A등급을 받는 것은, 학생이 실제로 기초 학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평가 기준에 대한 의견 차이는 다양

매체는 학교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과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탬파 지역 주하원의원 수전 발데스는 이번 회기에 A등급 평가 총점을 90%(현재 64%) 이상, B등급은 80%(현재 57%)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해당 기준이 적용될 경우, 올해 A등급 학교는 1526개에서 28개로 급감하고, F등급은 10개에서 1546개로 폭증한다.

반면 플로리다 학교이사회협회 회장인 앤지 갈로는 지나치게 높은 기준은 교육 현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갈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제로 배우는 것들이 지금의 시험 체계에선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며, 경력 준비성과 진로 역량 등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매니 디아즈 주 교육감은 성적 발표 후 성명을 통해 "2025년 학교 등급 결과는 플로리다 교육 개혁의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적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일부 학교는 A등급을 홍보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코이 고등학교는 연속 A등급 획득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고, 한 학부모는 "우리 집값이 올라가는 소리"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준 상향과 성적 변동 가능성이 예고되며, 플로리다 학교 평가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