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월튼 비치 주민 "위협 느껴" 12발 발사…환경단체 "서식지 파괴가 갈등 불러"

(올랜도) 최정희 기자 = 포트 월튼 비치 윌로 벤드 지역에서 주민이 흑곰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한 주 야생동물위원회는 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권고했지만, 지난해 발효된 플로리다주 자위권 법에 따라 검찰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8일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존 로빈슨(24)은 집 뒤뜰에 흑곰이 나타나자 극도로 위협을 느껴 사살했다고 진술했다. 로빈슨은 두 달 전에도 곰이 자신의 닭 6마리를 잡아먹은 적이 있어, 당시 주 야생동물 생물학자로부터 팔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 곰을 쫓는 법을 배운 상태였다.

로빈슨은 이번에도 집 안에서 문을 살짝 열고 곰에게 떠나라고 소리쳤지만, 곰이 자신 쪽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 뒤에서 권총을 꺼내 12발을 발사했고, 곰은 약 10여 미터를 걸어간 뒤 쓰러졌다. 사살된 곰은 수컷으로 몸무게는 약 180파운드, 나이는 2~4세로 추정됐다.

매체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야생동물 조사관은 주 곰 보호법 위반 2급 경범죄 혐의로 기소를 권고했으나, 주 검찰은 지난해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서명한 새 법을 근거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이 법은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에 위협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은’ 경우, 곰을 사살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새 법이 적용된 주 내 초기 사례 중 하나라고 매체는 전했다. 환경법 전문가 재클린 로페즈는 "법적으로는 정당방위로 보인다"면서도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이 설 곳을 잃어 이런 비극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주정부, 곰 사냥 재개 논의

새 법 시행 이후 주 전역에서 곰 사격 사건이 약 8건 조사됐으며, 최소 한 건에서 또 다른 주민이 불기소됐다.

지난해 '곰 자위권 법안'을 발의한 플로리다 포트세인트조 출신 공화당 소속 제이슨 쇼프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해당 법안이 "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선출되지 않은 플로리다 주민들이 정부 기관(플로리다 어류야생동물보존위원회)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쇼프 의원은 "주민은 정당방위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과 타인, 재산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그 위협이 도둑이든, 강간범이든, 야생동물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년간 곰과 공존해온 지역 주민들은 곰 사살에 형사 기소가 없으면 더 많은 사람이 곰을 쏘는 일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분노를 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7년 전 이주한 프랭키 할러웨이는 "벌금조차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쓰레기통을 뒤진 곰도 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작년 해당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지사실에는 2만5000건이 넘는 이메일·서한·청원 서명·전화가 법안 반대 의견으로 접수됐다. 반면 지지 의견은 단 22건에 그쳤다.

한편, 플로리다 주 야생동물위원회는 조만간 정기회의에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곰 사냥 재개 여부를 최종 표결한다. 지난 5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임명한 야생동물위원회는 사냥 재개를 위한 규정 초안을 승인했했다.